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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기자24시] 장애인 비하한 줄도 모르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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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 말이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이라도 몇 배 노력해야 얻는, 그래서 더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는 선천성 장애인과 가족들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그것도 영입 1호로 장애를 가진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내세운 민주당 대표 입에서 나왔다. 인권 중시 정당 이미지로 표를 얻으려 한 건 아닌지 의심하는 이유다.

보다 충격적인 것은 해당 영상이 녹화본이었다는 사실이다. 촬영·편집하고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숱한 과정을 거쳤을 텐데 누구 하나 해당 발언의 문제점을 감지하지 못했다. 집권 여당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즉시 논평을 내고 이 대표 발언을 맹공격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 논평마저 장애인 비하 발언을 담고 있었다. 박용찬 대변인은 이 대표를 향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라고 질타했다. 상대방을 상처 주기 위한 공격용 단어로 '장애인'을 선택한 것이다. 장애가 폄하 대상이란 그릇된 무의식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아무런 여과 없이 나온 논평은 정치권이 장애인 비하 표현에 얼마나 무뎌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당은 2시간이 지나서야 해당 논평 문구를 수정했다.

거대 양당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식 문제를 제기한 지 보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인권위는 지난달 국회의원들이 장애인 비하·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요청했다. 국회의원들이 그간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비유를 하기 위해 '벙어리' '정신병자' '절름발이' 등 비하 표현을 워낙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더욱 날 선 발언을 내놓으며 치열한 전쟁을 벌일 것이다. 그 와중에 터져 나올 비하 표현은 장애인 혐오를 공고화하고 차별을 지속시킬 수 있다. 정치인들의 비하 발언을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되는 이유다.

[정치부 = 이희수 기자 heesoo7700@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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