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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 한국 수출 명암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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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재 중국 수출엔 호재로 작용

전자제품 등은 미국산에 밀릴 수도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날 합의는 2018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첫 관세 폭탄을 투하하며 무역전쟁을 시작한 지 약 22개월 만에 이뤄졌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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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인 합의”라고 치켜세웠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뒤에서 조용히 웃고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했다. 2018년 3월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지 22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13일 미·중이 1단계 합의 도달을 발표한 뒤로는 한 달여 만이다.

중국은 내년까지 농산물·에너지·공산품과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에서 2000억 달러(약 231조7000억원) 규모를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은행·증권·신용카드 등 금융시장을 미국 기업에 더 많이 열기로 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려던 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다.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는 관세율을 절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국영기업과 보조금 수혜 기업이 불공정 경쟁을 한다는 미국 정·재계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했다. 미국 안에선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지 못하고 물건을 더 파는 쪽으로 타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중 1단계 합의는 한국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줄 것으로 보인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합의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은 호재”라며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등은 우리 기업의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에 대한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질 수 있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액은 1362억600만 달러였다.

연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품 중 80%가 중국이 최종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중간재”라며 “결국 중국에서 가공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인데 관세 인하 효과가 크지 않으면 자연히 한국의 대중 수출도 더디게 개선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많이 사주기로 한 것이 한국의 수출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약속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쇼핑 리스트’에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전기·전자·화학제품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뿐 아니라 대만·일본 등의 대중국 수출도 줄어들 수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허정원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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