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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매경데스크] 주식으로 돈의 물꼬를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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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잡기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집값이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받아 청와대 정무수석은 초헌법적 발상인 주택매매허가제까지 거론했다. 정부는 집값만 잡을 수 있다면 온갖 수단을 다 내놓을 기세다. 집값 급락으로 경제와 시장에 큰 충격이 오든,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든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이 있는데 이를 모르는 것인지, 무관심한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부동 자금의 물꼬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어차피 시중에 돈은 어마어마하게 풀렸다. 돈은 물과도 같다. 가치가 낮아, 그래서 가격이 오르고 이익이 날 수 있다면 흘러들어 갈 수밖에 없다. 그 거대한 흐름을 규제라는 둑을 세워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둑이 넘치거나 심하면 무너져서 더 큰 재앙을 초래한다.

홍수를 막는 현명한 방법은 물길을 돌리는 것이다. 집값을 잡으려면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강남 아파트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있다면 당연히 돈이 찾아간다. 일반인들의 대표적인 투자처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다. 속성과 선호 계층이 많이 다르지만 부동산으로 몰리는 자금을 흡수하기에 증시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때마침 주식 시장에 봄기운이 돌고 있다. 코스피는 어느덧 2200선에 올라왔고 활성화의 지표인 거래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되고 있으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은 올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게다가 지난해 한국 증시는 '나 홀로 왕따'를 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은 7.7%로 G20 국가 중 18위였다. 미국의 주요 지수가 30% 안팎으로 급등하고 무역분쟁의 당사국인 중국 증시도 21%나 올랐다. 일본 역시 19%의 상승률을 보였고, 한국처럼 반도체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 증시도 23%나 급등했다.

주변국 모두 증시 호황을 구가하는데도 한국 증시가 왕따가 된 것은 국내 자금이 증시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국인이 7500억원의 순매수를 보였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5조49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국내 자금에 주식은 쳐다보기도 싫은 대상이었다. 이들은 해외 주식으로 투자처를 옮기거나 아니면 서울 아파트에 몰두했다.

이들을 주식 시장으로 끌어들일 방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 세제 측면에서 증권거래세 인하에 그칠 것이 아니라 폐지로 이어져야 하며, 특히 금융상품 간 손익 통산과 이월 공제 도입의 필요성이 높다. '돈을 잃었을 때 책임져주지 않으면서 돈 벌었다고 세금을 뜯어 간다'는 반감부터 해소해야 한다.

특히 장기투자자에게 불리한 세제를 고쳐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아파트만 해도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있고, 저축성 보험도 10년 이상 가입 시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준다. 반면 주식은 직접투자나 펀드 모두 장기투자에 따른 혜택이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질 수 있도록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책 장려 방안도 필요하다. 이런 과제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건의되고, 법제화가 시도됐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그래서 투자할 만한 대상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지금 한국 산업은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수익성과 생존 가능성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노동비용 상승과 규제로 인한 신산업 진출 봉쇄가 결정적 원인이다. 이번 정부 들어 형성된 경영환경이다. 신기술로 무장한 젊은 기업이 성장하고, 대기업이 신사업에 자유롭게 투자해 성장 터전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

[임상균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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