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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법무부, 직제개편 발표해놓고 의견수렴 통보… 검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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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의 폭주]

검사들 "직접 수사 부서 대폭 축소 땐 국가적 부패 방지 역량 저하"

검찰국장 때 직제개편 주도한 이성윤 지검장, 반대의견 취합해 전달

법무부, 축소·폐지 부서 일부 빼주며 '檢 의견 반영' 생색내기할 수도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폐지하는 '검찰 직제 개편안'을 발표하자, 대검이 "부패 수사 역량 및 전문성 유지를 위해 개편안 내용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16일 법무부에 전달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형사부·공판부를 강화하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전문성을 요하는 전담 부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 대응을 위해 존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의견서에 담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저녁 '인권, 민생'의 검찰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전국 검찰청의 직접 수사 담당 부서 13곳을 폐지하는 직제 개편안을 기습 발표한 뒤, 다음 날 대검에 "이틀 뒤인 16일까지 대검 의견을 보내달라"고 통보했다. 폐지 대상에는 정권 비리 관련 수사를 진행해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2곳과 공공수사부 1곳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개편안 발표를 마치고 행정안전부와 직제 개편 논의도 이미 진행한 상태에서 검찰 의견을 듣겠다는 것은 '절차를 거쳤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검은 이날 법무부의 검찰 직제 개편안에 대해 “부패 수사 역량 및 전문성 유지를 위해 개편안 내용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무부에 전달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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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전국 검찰청의 일선 검사들은 "법무부 안대로 직접 수사 부서가 대폭 축소될 경우 국가적으로 부패 방지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주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서부지검의 식품의약조사부 등 민생 관련 전문 부서가 다수 폐지되는 것에 대해서도 검사들은 "법무부가 민생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결국 민생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지면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 부서도 아닌 중앙지검 총무부까지 폐지하는 것은 개혁 성과를 부풀리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지방 검찰청의 한 검사는 "법무부 목표대로 형사부와 공판부 강화는 필요하지만 대안 없이 수사 부서를 폐지하면 진행 중이던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그간 쌓아온 수사 전문성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노동 사건이 많은 울산과 창원지검에서 노동 사건을 담당하는 공공수사부가 폐지되는 것에 대해서는 재계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이번처럼 직제 개편안을 먼저 언론에 발표해 놓고 검찰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사후 통보한 것은 '탈법(脫法) 인사' 논란을 빚은 지난 8일 추미애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똑같은 행태다. 당시 추 장관은 검찰 인사안을 미리 짜놓은 상태에서 인사위원회 개최 30분 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법무부로 와서 의견을 내라"고 통보했다. 윤 총장은 요식행위가 될 것으로 보고 이에 응하지 않았지만, 추 장관과 여권은 윤 총장의 '항명(抗命)'으로 몰아갔다. 대검 한 간부는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서 '검찰 패싱'이 습관처럼 된 것 같다"고 했다.

추 장관은 지난 10일에는 '검찰총장이 특별수사단을 만들 때는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1호 특별 지시'를 전격 발표한 뒤, 지난 14일 검찰에 직제 개편안 의견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며 "1호 지시 사항 관련 의견도 함께 제출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해당 지시가 검찰총장이 한 달 기한의 특수단을 꾸릴 경우에는 장관 승인을 받지 않도록 한 '검찰근무규칙(법무부령)'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해당 법무부령을 개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다음 주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할 예정이지만 이와 관련한 검찰과의 의견 교류도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검찰 내부의 반발 여론을 의식한 법무부가 축소·폐지 부서 일부를 제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직접 수사와 관련이 적은 서울중앙지검 총무부나 민생 범죄와 직결된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 등을 폐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검찰 의견을 반영했다'는 생색 내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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