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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위헌 공방' 암호화폐 정부 조치 법률적 근거 묻자...정부 측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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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강남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화폐별 시세표가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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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해 청구인(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이다"(투자자 측)

"정부 대책은 시중 은행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했다.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은 만큼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다"(정부 측)

헌법재판소는 16일 정 모 변호사 등 340여명이 "정부의 암호화폐 대책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 2017년 12월~2018년 1월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긴급대책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두고 투자자 입장을 대변하는 청구인 측과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피청구인 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정부 암호 화폐 투기 근절 대책 나오자 비트코인 등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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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2018년 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현장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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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당시 과열되는 암호화폐 투기를 근절을 위해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긴급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당시 은행권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제공하던 가상계좌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듬해 1월 정부는 본인의 실명 확인을 고친 은행 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사이에만 입출금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시행했다. 정부 대책에 따라 은행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제공해왔던 가상계좌 서비스가 금지됐고, 미성년자와 외국인 계좌 개설 등도 막혔다.

이 조치가 암호화폐 시장에 가한 충격은 컸다. 2018년 2월이 되자 개당 2000만원이 넘던 비트코인이 800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이에 정 변호사 등은 정부의 대책 시행으로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재산권 침해" vs "범죄 이용 등 부작용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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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정부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 위헌 확인 공개변론에 참석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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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는 이날 공개변론에서 " 정부 조치로 기존 가상계좌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암호 화폐의 교환가치가 떨어지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재산 처분 권한을 제한받았다"며 "정부 대책은 금융실명법 같은 법률에 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이 사건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단하면 국민의 경제적 자유가 금융당국에 의해 유린당하는 상태가 마구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금융위 측 대리인은 "가상화폐 거래가 익명성을 악용해 마약 거래 등 범죄에 이용된다면 추적 등에 많은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며 "정부는 금융기관과 협의해 여러 대책을 세운 것이고, 거래 실명제도 그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대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가능성 등이 있다고 보이지 않아 이 사건은 각하돼야 한다"며 "본안 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권이 침해될 여지가 없어 기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 "법률적 근거 부족했다" 시인하기도



양 측의 변론이 이어진 뒤 재판관들은 정부 측 대리인에 당시 정부 조치가 이뤄진 배경과 법률적 근거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측 대리인은 정부 조치에 법률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이선애 재판관이 "금융위가 은행권에 가상계좌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라고 요청한 점에 대해 법률상 근거가 있냐"고 묻자 "직접적 법률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 것이다.

이 재판관은 '금융위의 가상계좌 중단 요청 대상이 정부 회의에 참여한 6개 은행만인지 아니면 모든 은행에 포함되는지', '은행이 정부의 요청과 반대로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할지 말지 결정할 실질적 권한이 있는지', '정부 조치가 마약과 테러 방지에 기여할 수 없다는 청구인 측 주장에 대해 어떤 반론이 있는지' 등의 날카로운 질문을 1시간가량 이어갔다.

이에 정부 측 대리인이 우물쭈물 대답을 잘 못 하거나 본인 추정으로 대답하자 이 재판관이 "나중에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재판관은 청구인 측에는 "반드시 가상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이 대해 정 변호사는 "가상계좌 서비스를 받음으로써 이용자가 누릴 수 있는 편익이 더 크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 토대로 수개월 내 위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청구인 주장 받아들여져 이 사건 위헌으로 결정되면 암호화폐 관련 법률 제정 작업이 추진돼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동시에 정부가 섣부르게 시장 개입에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질 수 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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