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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넬손스 "139년 보스턴 음악 역사, 한국 관객에게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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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럽적인 美 오케스트라 보스턴심포니, 내달 첫 내한

얀손스 유일한 제자…"좋은 연주는 영혼 움직일 수 있어야"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장미 향기처럼 연주해주세요."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42)가 보스턴심포니 단원들에게 가끔 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면 오케스트라는 마치 마법을 부리듯 그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연습이 완전히 끝나 있기 때문에 그처럼 추상적인 지휘자의 주문도 척척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넬손스는 훌륭한 오케스트라라면 "음악에 내포된 모든 은유와 분위기를 잘 표현해 관객들의 음악적 판타지를 자극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미 그런 경지에 도달한 보스턴의 사운드를 "마법"이라고 표현했다.

연합뉴스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
[빈체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넬손스는 2014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인 보스턴심포니를 이끈다. 139년 유서 깊은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턴심포니는 다음 달 6~7일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거장 마리스 얀손스의 유일한 제자이자, 한때 베를린필하모닉 상임 지휘자로 유력시됐던 넬손스를 공연에 앞서 이메일로 먼저 만나봤다.

보스턴심포니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유럽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악단이다. 초창기부터 앙리 라보, 피에르 몽퇴 같은 프랑스 명지휘자들의 조련을 받아 풍부하면서도 유연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번스타인과 카라얀을 사사한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의 꼼꼼한 스타일이 더해지면서 보스턴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도약했다.

넬손스는 보스턴 연주 수준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법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했다. 이미 테크니컬한 측면은 완성된 오케스트라여서 지휘자와 단원 간 '소통'에 무게를 두고 리허설을 진행한다고 했다.

"지휘자로서 연주자들과 연주자들 능력을 믿어야 하죠. 권위적인 태도가 효과가 없음을 알기에 그리 행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반대로 연주자들은 저를 믿어야 해요. 이런 마법 같은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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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심포니
[빈체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넬손스는 부임하고 나서 쇼스타코비치 레퍼토리를 오케스트라에 심었다. 쇼스타코비치 스페셜리스트 얀손스 제자답게 넬손스는 쇼스타코비치 연주에서 독보적 경지를 보여줬고, 결과는 호평과 각종 수상으로 이어졌다.

"보스턴은 쇼스타코비치의 천재적인 음악에 숨은 음악적, 역사적 의미를 완전히 받아들였어요. 게다가 음악계 많은 분이 저희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인정했다는 것에 감격했어요. 이 프로젝트로 네 개 그래미상을 탔다는 사실은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이번 내한공연에선 안타깝게도 쇼스타코비치 작품을 들을 수 없다. 하지만 몽퇴 시절부터 보스턴 전매특허인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과 영롱한 사운드가 일품인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4번'은 그에 필적하는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도 연주한다. 특히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앨범을 낼 정도로 뛰어난 베토벤 연주자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협연자로 나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독일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음악감독도 겸임하는 넬손스는 베토벤 음악의 뛰어난 해석자이기도 하다.

"베토벤 음악에서 빛나는 점은 위대한 인간성과 감정, 즉 사람들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능력과 인간애에 대한 보편적인 갈망이에요. 베토벤은 이 땅의 아름다움을 자기 곡에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보스턴심포니는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넬손스는 한국에서의 첫 연주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좋은 연주는 세계 공용어인 음악을 통해 영혼을 움직이는 연주"라고 한 그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좋은 연주'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수년간 한국의 훌륭한 뮤지션들과 일하면서 그들의 뛰어난 실력에 감탄하곤 했었는데, 그 실력은 고향의 문화적 수준을 드러낸다고 확신합니다. 한국의 클래식 공연 현장 분위기는 매우 활기차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어서 기대하고 있어요. 물론 139년 보스턴 음악의 역사를 한국 관객들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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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리스 넬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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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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