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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북한, 트로츠키 '배신자'로 비난하며 내부기강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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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신념화 안 된 충실성은 수령 배신으로 이어질 수도"

연합뉴스

멕시코의 레온 트로츠키 박물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북한이 러시아혁명의 주역 중 한 명인 레온 트로츠키(1879∼1940)를 '더러운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수령을 향한 변함 없는 충성을 주문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사회주의 운동의 더러운 배신자' 제목의 기사에서 "사회주의 운동사에는 자기를 혁명의 길에 내세워준 수령의 믿음을 저버리고 배신한 자들도 기록돼 있다. 러시아의 트로츠키도 그러한 자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트로츠키는 1917년 레닌과 함께 러시아혁명의 성공을 이끌었고 1919년 모스크바에서 창설된 공산주의 국제연합인 '코민테른'의 선언문을 작성한 인물이다.

공산당에서 입지를 구축해가던 트로츠키는 1921년부터 스탈린과 권력 다툼을 벌인다. 레닌은 1924년 사망하기 전 스탈린을 소련 공산당 서기장직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유언장을 남겼으나, 스탈린은 권력을 공고히 하며 오히려 트로츠키를 고립시켰다.

스탈린에 의해 '혁명의 배반자'로 낙인찍힌 트로츠키는 1929년 러시아에서 추방당했고, 망명 생활 중에도 반스탈린주의 투쟁을 벌이다 1940년 스탈린이 보낸 자객에게 암살당했다.

북한은 광복 후 김일성 주석이 스탈린 정부에 의존해 정권을 수립하면서 스탈린 측과 공고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노동신문은 "지어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가듯이 대세에 따른 충실성, 사심이 앞선 충실성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라며 "트로츠키는 레닌이 병상에 들 무렵 스탈린을 후계자로 지목하자 자기의 더러운 본색을 드러내고야 말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트로츠키가 "분별을 잃고 반(反) 레닌, 반 스탈린, 반 혁명 책동을 광란적으로 벌였다"면서 "소련에서의 사회주의 건설을 환상이라고 헐뜯었는가 하면, 사회주의 건설이 추진되자 초공업주의를 비롯한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특히 "트로츠키의 배신행위는 신념화되지 못한 충실성, 숭고한 도덕과 순결한 양심에 기초하지 않은 충실성은 수령에 대한 공고한 충실성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달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기사에서도 유럽에서 '사상의 자유'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이자 구소련 반체제운동가 안드레이 사하로프(1921∼1989)를 비판하며 젊은 세대들에 대한 사상 교육을 당부한 바 있다.

북한이 장기적인 제재와 경제난에 지친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싹트는 것을 우려하는 가운데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 이후 내부결속을 강조하는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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