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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정경심 재판 팩트체크②] 재판부가 먼저 권하는 공소장 변경, 직권으로 바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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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변경, 재판과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절차

박근혜·이명박 재판에서도 공소장 변경

핵심은 피의자 방어권 보장에 있어

공소장 변경 불허, 오히려 정경심 불리할 수도

헤럴드경제

[연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공소장 변경을 둘러싼 법리 공방은 형사 재판 단골 소재 중 하나다. 혐의를 추가하는 등 변경이 허가되면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은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 때 이름 등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과 죄명, 공소사실과 적용법률 등을 공소장에 담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수사가 진행돼 법률적 구성이 부족한 사건이거나 증명력은 떨어지지만, 중대한 범죄로 인정될 소지가 있는 사건의 경우 공소장에 범죄시일, 장소 방법 등이 ‘불상’ 으로 기재되는 방식이 허용되기도 한다.

검찰은 보완수사로 추가 혐의를 찾아내거나 공소사실을 구체화했을 때 공소장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은 범죄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이 임의로 변경하지 않고, 법원의 허가를 통해 변경하도록 했다.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기준은 판례에 따라 정립됐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법원은 공소장을 변경하는 게 피의자의 방어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1991년 대법원은 횡령죄에 대한 사건에서 횡령 보관자의 지위, 횡령물의 소유자 등이 공소사실과 다르더라도 공소장 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6년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안티2MB카페) ‘조계사 회칼테러 부상자의 병원비 모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범행일시와 장소, 구체적인 모집방식 및 모집주체 등이 다르더라도 포괄적인 죄명(범행)이 성립한다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봤다.

정경심 교수 사건에서도 공소장 변경을 법원이 허가하지 않은 것은 변호인 입장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당장은 검찰이 체면을 구겼지만, 정 교수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 범위가 오히려 넓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판례상 기소 후 동일한 혐의에 관해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얻은 자료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기소한 검찰이 이후 압수수색을 했다면, 사모펀드 관련 증거물은 쓸 수 있지만 사문서 위조와 관련된 압수물은 증거로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법원이 먼저 기소된 건과 나중에 기소된 범죄 내용이 ‘동일하지 않다’고 결론내면서 정 교수 자택을 압수수색을 해 얻은 사문서 위조 증거도 일부 채택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사정을 아는 한 판사는 “결과적으로 사문서 위조 증거 인정 범위가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공소장 변경이 이례적인 것처럼 보도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사법농단 사건에서부터 민간인의 횡령·사문서위조죄까지 빈번하게 이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특검을 포함한 검찰이 4차례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당시 변호인단은 “백지 공소장을 내고 상황에 맞춰 공소장을 써내도 된다는 주장과 같다”고 반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공소장이 2차례 바뀌었다.

판사가 요구해 공소장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장 변경은 검사가 하지만,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법원이 요구할 수도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공소장에 공범이 특정돼 있지 않다며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법원의 요구로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는 “삼성이 미국 로펌에 지급한 돈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원금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아닌 제3자뇌물죄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논리를 인용해 제 3자 뇌물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기 위한 공소장변경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예비적 공소사실은 한 가지 범죄행위에 대해 기존 죄목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경우를 대비해 추가로 적용한 혐의를 일컫는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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