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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정경심 재판 팩트체크①] 일사부재리 위배? 관심 집중에 가짜뉴스 오히려 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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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변경, 형사재판서 흔해…절차적 문제에 불과

‘기소 후 검찰 조사 못한다’도 대법원 판례와 달라

일사부재리 원칙 위배 논란, 공소장 변경과 무관

헤럴드경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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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조국(55)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58) 동양대 교수 재판이 매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던 법무부장관 가족이 기소된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 외에 재판부와 검찰이 설전을 벌이며 이목을 끌고 있다. 방청 열기가 뜨겁지만, 사실과 맞지 않는 정보도 그만큼 많이 유통되고 있다.

▶공소장 변경 불허는 곧 무죄 판결?= 정 교수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사건과 관련해 가장 큰 화제로 떠오른 재판절차는 바로 ‘공소장 변경’ 문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는 지난달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요청한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다. 먼저 기소한 내용과 변경하려는 내용이 범행장소와 방법, 공범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소송법 298조 1항은 “법원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일성’에 대한 판단 주체는 법원으로, 판사 재량이다.

하지만 공소장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정 교수에게 무죄 판결이 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공소장에 적힌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정 교수가 무죄를 선고받을 확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검찰은 추가 기소 방식으로 새 공소장을 제출했다. 새 공소장에 담긴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먼저 기소된 내용과 동일한가와는 무관하다. 결국 절차의 문제일 뿐, 실제적 유·무죄 판단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김현우 변호사는 “검찰이 서둘러 기소를 하면서 체면을 구겼지만, 기존 공소를 철회하고 다시 기소하면 되는 일”이라며 “그렇게 하면 스스로 첫 기소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별건으로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의 추가 기소,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결국 검찰은 하나의 행위로 기소하려던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범죄를 두 번에 나눠 재판에 넘기는 방식을 택한다. 이 부분이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하나의 행위로 중복 처벌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헌법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상으로도 ‘확정 판결이 있은 때’에는 소를 면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과 무관하다.

당장 법원은 검찰이 처음 재판에 넘긴 사문서 위조사건과 검찰이 변경요청한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변경 요청한 공소사실이 기존 재판에 넘긴 공소사실과 다른 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는 ‘같은 공소사실과 관련해 판결이 나온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형사소송법은 일사부재리와는 무관하게 ‘이미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가 제기됐을 때’ 공소기각(무죄) 선고를 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이중기소 금지 원칙이 적용되기에는 재판부 판단과 모순이 생긴다. 검찰이 먼저 기소한 사안과 나중에 기소한 사안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공소장 변경을 할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따라서 같은 사안을 두 번 기소했다는 이중 기소 금지 원칙은 논리적으로 적용되기가 어렵다.

▶검찰이 받은 정 교수 조서는 증거능력 없다?=검찰이 받은 진술 조서는 정 교수가 기소되기 이전에 작성돼야 하고, 기소된 후에 받은 것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논란은 정 교수 사건 재판부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재판부는 정 씨가 기소된 후에 공범인 조범동 씨를 불러 조사한 것은 위법일 수 있다면서, 최근에 나온 대법원 판결이 있으니 검찰의 의견을 달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소된 후에도 검찰 조서를 작성해 증거로 쓸 수 있다는 판례를 3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송 부장판사가 언급한 대법원 판결은 ‘검찰이 증인을 일방적으로 소환한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피고인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도 검찰은 여전히 피고인과 증인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지만, 변호인 등과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소 후 관계자를 조사해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기소 후 작성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은 증언예정자를 일방적으로 소환해 조사한 경우로, 기존 법리에 기초에 구체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 기소 이후에 작성된 조서도 증거로 쓸 수 있는 게 원칙이다. 다만, 사건 관계인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이 가능한데도 검찰이 빼돌려 조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진술 내용을 증거로 사용하지 못한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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