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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지윤 리사이틀…'활화산 같은 열정, 당당한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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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에 찬 바이올린 연주…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공연리뷰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주목할 만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그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압도적인 소리와 열정적인 표현, 흔들림 없는 기교와 청중을 끌어들이는 힘. 여기에 악보 속 음표들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설득력 있는 연주는 경탄을 자아냈다.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으로 임명될 정도로 해외에서 인정받지만,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는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몇 차례 국내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 등을 통해 이지윤의 탁월한 연주력이 알려지면서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지난 16일 2020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 마련된 첫 번째 리사이틀이 열린 금호아트홀 연세의 로비와 객석은 공연 전부터 관객들로 붐볐다.

이날 음악회는 음대 교수들을 비롯한 음악계 주요 인사와 평론가, 클래식 마니아는 거의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도 국내 음악 전문가가 많이 참석했다. 객석 대부분이 전문가로 꽉 찬 이번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으로서는 부담일 수도 있는 자리였겠지만, 당당한 태도로 무대에 입장한 그의 연주는 거침이 없었다. 첫 곡으로 연주한 버르토크의 루마니아 민속 춤곡에서부터 웅장한 소리와 강렬한 연주가 청중을 사로잡았다.

연합뉴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버르토크와 야나체크, 드뷔시 등의 작품이 연주된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결코 대중적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의 개성을 잘 드러낼 만한 탁월한 선곡이었다. 덕분에 청중에게 낯선 곡들을 익숙한 곡처럼 들리게 하는 그녀의 특별한 능력이 발휘될 수 있었다.

이지윤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초점이 분명한 음색을 구사하며 관객들에게 음 하나하나를 각인시켰다. 그녀의 바이올린 톤은 단지 크기만 한 소리가 아니라 전달이 잘 되는 소리였다. 모든 음의 발음이 분명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게다가 활화산처럼 분출하는 열정적인 연주 스타일은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강한 힘이 있었다. 독일의 음악가 외르크 비트만의 연습곡 3번처럼 실험적인 현대음악 작품에서 그처럼 관객을 집중시키는 연주를 펼쳐 보일 바이올리니스트는 많지 않을 것이다. 활털 서너 가닥이 끊어질 정도의 강력한 운궁(運弓)을 선보인 그의 연주에 감전될 것만 같았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 중 특히 드뷔시 바이올린 소나타 연주는 남달랐다.

대개의 바이올리니스트는 드뷔시 등 프랑스 작품을 연주할 때 몽환적인 음색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는 드뷔시가 악보에 적어놓은 주요 모티브 하나하나에 서로 다른 성격과 개성을 부여하며 마치 말을 걸어오듯 연주했다. 그것은 마치 경계선이 불분명하고 모호한 인상주의 회화가 좀 더 분명한 색채와 윤곽을 지닌 구상회화로 바뀐 듯한 연주였다.

드뷔시 곡에서 피아니스트 벤 킴의 사려 깊은 연주도 큰 힘을 발휘했다. 바이올린 연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호흡하며 세심한 연주를 펼쳐 보인 벤 킴은 변화무쌍한 템포 변화와 표현 지시어가 나타난 드뷔시의 소나타에서 절묘한 타이밍 감각을 발휘한 연주로 이지윤의 바이올린 연주와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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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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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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