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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후보 때 "靑의 인사 관여는 악습"이라 했던 文대통령, 집권하자 "인사권 존중하라"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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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때 "MB 5년간 靑이 검찰 수사·인사 관여한 악습 고치겠다"
2017년 대선 때도 "검찰 인사 중립성·독립성 강화" 공약⋯ 취임 후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
지난 14일 신년회견서는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 있고 존중돼야"
前정권이 하면 '인사권 이용한 검찰장악' 文정부가 하면 '민주적 통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등에 따르면 검사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대선 공약 뒤집기 논란이 일었다. 그는 대선 후보 때 대통령의 검찰 인사 관여를 악습이라고 규정하고 인사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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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2012년 12월 2일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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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검찰개혁안을 내놓으면서 "MB(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고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인사 제도를 과감하게 쇄신하겠다"며 독립적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두번째 도전에 나선 2017년 대선 때도 "권력 눈치 안 보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집에는 "검찰 인사 중립성·독립성 강화"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 같은 내용도 담겼다. 이런 공약은 문 대통령 취임 후인 2017년 8월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이 이런 공약을 한 배경에는 역대 정권마다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장악하고 수사를 통제한다'는 생각이 담겨있었다. 친여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지난 2013년 6월 펴낸 '이명박 정부 5년 검찰 보고서'에는 이명박 정부의 검찰 관련 문제로 "인사권을 이용한 검찰장악"을 맨먼저 꼽았다. 법무부장관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검사 등을 통하거나 또는 직접적인 방식을 통해 검찰 수사·인사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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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 인사와 관련해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하고 있다./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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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이 연루 의혹을 받은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총장의 참모들을 대거 좌천시킨 이번 검찰 간부 인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고 답했다. 또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검찰 인사 중립성·독립성 강화와는 배치된다는 말들이 나왔다.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대통령 신년 회견 후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검찰 인사에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2012년, 2017년 대선 공약이었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는데 대통령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냐'고 물었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어떤 맥락,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확인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취재진은 16일 오후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에게 같은 취지의 질문을 했지만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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