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전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하모씨(58)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전 양산서 정보계장 김모씨(62)에게는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500만원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정보경찰관으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되는 의무가 있다”며 “장례절차를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측의 편향된 이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직무 권한을 행사하고 1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하기까지 한 죄질이 무겁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하씨와 김씨는 염씨 죽음을 계기로 노조가 강경투쟁을 벌일 것을 우려한 삼성 측이 장례를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지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염씨 부친을 설득할 수 있는 브로커 이모씨를 소개하고, 염씨 부친에게 합의금 6억원을 배달하는 등 삼성에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1000만원을 받은 혐의(부정처사후수뢰) 등을 받는다. 양산서 정보과 경찰관들은 이 돈으로 회식을 하고, 양복을 맞춰 입었다.
이들은 염씨 시신을 탈취하기 위해 브로커 이씨에게 허위로 112 신고를 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2014년 5월18일 서울 강남의 한 장례식장 현관 앞에는 노조원 8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씨에게 “300~400여명 노조원에게 감금돼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하도록 했다. 이에 서울 강남경찰서장은 250여명의 병력을 투입시켰고, 경찰과 노조원이 대치하는 사이 염씨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재판부는 하씨가 김씨 등 부하직원들을 염씨 장례 절차에 부당하게 개입시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이해관계에 맞춰 노조장을 저지한 행위가 양산서 정보과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며 “하씨는 (경찰조직) 지위 체계의 한 계통을 분담했고, 윗선에서 결정돼 내려온 지시를 이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경찰조직) 윗선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독자적으로 부정 행위의 방향을 정한 게 아니라 그 윗선까지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보임에도 윗선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며 “경찰조직은 상명하복이 강해 피고인들로선 상부 지시를 거스르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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