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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삼성 뒷돈 받고 염호석씨 시신 탈취’ 정보경찰 2명 집행유예…재판부 “윗선은 아무도 기소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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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씨(당시 34세·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 시신 탈취 사건에 개입한 경찰들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들은 삼성 측을 도와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지시한 경찰 ‘윗선’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전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하모씨(58)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전 양산서 정보계장 김모씨(62)에게는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500만원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정보경찰관으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되는 의무가 있다”며 “장례절차를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측의 편향된 이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직무 권한을 행사하고 1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하기까지 한 죄질이 무겁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하씨와 김씨는 염씨 죽음을 계기로 노조가 강경투쟁을 벌일 것을 우려한 삼성 측이 장례를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지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염씨 부친을 설득할 수 있는 브로커 이모씨를 소개하고, 염씨 부친에게 합의금 6억원을 배달하는 등 삼성에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1000만원을 받은 혐의(부정처사후수뢰) 등을 받는다. 양산서 정보과 경찰관들은 이 돈으로 회식을 하고, 양복을 맞춰 입었다.

이들은 염씨 시신을 탈취하기 위해 브로커 이씨에게 허위로 112 신고를 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2014년 5월18일 서울 강남의 한 장례식장 현관 앞에는 노조원 8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씨에게 “300~400여명 노조원에게 감금돼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하도록 했다. 이에 서울 강남경찰서장은 250여명의 병력을 투입시켰고, 경찰과 노조원이 대치하는 사이 염씨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재판부는 하씨가 김씨 등 부하직원들을 염씨 장례 절차에 부당하게 개입시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이해관계에 맞춰 노조장을 저지한 행위가 양산서 정보과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며 “하씨는 (경찰조직) 지위 체계의 한 계통을 분담했고, 윗선에서 결정돼 내려온 지시를 이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경찰조직) 윗선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독자적으로 부정 행위의 방향을 정한 게 아니라 그 윗선까지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보임에도 윗선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며 “경찰조직은 상명하복이 강해 피고인들로선 상부 지시를 거스르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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