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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연합시론] 해리스 미 대사의 '남북협력 구상 견제' 발언은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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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남북협력 추진 구상 등 현안에 대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의 외신 간담회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독자적인 공간을 적극적으로 넓혀 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우려 표명이다. 그는 북한 개별관광 추진과 관련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는 제재하에서도 관광은 허용되지만, 방북 관광객이 반입하는 짐에 포함된 물건 일부가 제재에 어긋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공간 모색이 자칫 제재 위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자 우회적인 경고다. 그는 미국이 주권국인 한국의 결정을 승인하거나 그러지 않을 위치에 있진 않다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외교관의 발언으로는 상당히 노골적으로 견제구를 날린 모양새다. 상대국 입장도 헤아리며 긍정적인 교량 역할을 해야 할 대사의 역할이 거꾸로 가는 듯해 우려스럽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정부가 '남북관계 속도전'을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민감하게 다가온다. 미국 정부가 견고한 대북 제재를 강조하며 한국의 독자적인 남북 협력 추진을 우회적으로 견제해 왔다면, 이번엔 대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속적인 낙관론은 고무적이고 희망을 만들고 있지만,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라고도 했다.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정책 구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군사령관 출신이어서인지 그의 거친 언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엔 한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해 오만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번 발언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같은 당 설훈 최고위원도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주재국 현안에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정도가 과하면 개인에 대한 반감뿐 아니라 반미 감정까지 건드릴 수 있다.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한미 협력이 요구되는 때다. 오해를 살만한 돌출 발언은 도움이 안 된다.

정부의 대북 개별관광 구상에 따라 제3국을 통한 '비자 방북' 허용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북한이 발행한 비자만 있어도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비자 방북'은 이산가족 등 소규모 개별관광에 일단 초점이 맞춰졌다. 이산가족 고향 방문 등이 그 예다. 북미 협상과 남북 관계가 병행 진전되는 게 최선이지만, 북미 대화 교착 장기화 속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주도적으로 접점 찾기 노력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협의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북 접근법이 필요해 보인다. 다수 국가가 북한 개별관광을 허용 중이라고 한다. 북미 협상 교착에 따른 한국의 대안 모색인 만큼 미국은 긍정적이어야 한다. 최대 관건은 남북 교류에 응하지 않는 북한이고, 관광객 안전 보장도 주요 문제다. 북한은 다음 달까지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는 대남 통지문을 또 보내왔다고 한다. 북한 설득이 눈앞의 과제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여를 피할 수 없는 게 지난 역사가 남긴 우리 민족의 현실이다. 이런 한계에도 인내심을 갖고 돌파구를 찾으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북한은 화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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