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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해설]KT는 왜 사장을 여럿 둘까, 준법감시인 만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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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사장과 기업부문 사장 '협치'

복수 사장제로 차기 CEO 경쟁..경영 연속성 확보

준법감시책임자 법조인이 선임될 듯

채용비리 감시 등 준법 경영 활동 의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최근 KT가 2020년 인사 및 조직 개편에서 대표이사 사장과 기업부문장 사장을 두기로 해 배경이 관심입니다. 황창규 KT 회장의 임기는 3월 주주총회까지이지만 1월 첫번 째주부터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이사회에서 CEO 후보로 선임된 구현모 후보자(사장)가 이끌고 있죠.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구현모 사장의 첫번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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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사장 제도, 경영의 연속성 위한 조치

KT는 CEO의 직위를 회장에서 사장으로 바꿔, 구현모 사장은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 사장이 됩니다. 그런데 구 사장 외에 박윤영 사장(기업부문장)이라는 사장이 더 생긴 셈이죠.

이는 CEO 한 사람이 계급상 위에서 내려다보며 일방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게 아니라, 같은 직위를 가진 사장과 함께 운영하는 모델을 만든 것으로 평가됩니다. 일종의 ‘협치’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이번에 구현모 사장과 함께 사장으로 활동하게 되는 박윤영 사장은 차기 CEO 선임전 때 구 사장과 막판까지 겨뤘던 인물이어서 의미를 더합니다. 여기에 박 사장은 스마트팩토리나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같은 기업 사업의 상징적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KT가 초연결 5G 시대에 기업 사업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점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KT의 사장은 영원히 두 명일까요? KT의 한 이사는 “CEO의 직위를 사장으로 낮추면서 그룹 경영, 공동 경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사들 사이에 있었고, 이런 의미에서 다른 부문(이를테면 커스터머부문, 네트워크부문, AI/DX 융합사업부문 등)에서도 성과가 좋으면 사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KT를 함께 경영하는 여러 명의 사장들이 차기 CEO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복수 사장제가 주인 없는 KT 경영의 연속성을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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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CEO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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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직원들도 KT CEO될 수 있다

사실 이번에 차기 CEO 후보로 선임된 구현모 사장은 KT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33년간 KT에서 일해온 인물입니다. 한국전기통신공사 시절인 1987년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했죠. 그런 그가 그룹사 43개, 직원 수 6만1619명(5월말 대기업집단현황 공시기준)이 일하는 KT그룹 최고경영자(CEO)로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그는 1964년생으로 알려졌지만 호적이 늦게 신고돼 실제 나이는 58세라고 전해집니다. 그래도 황창규 회장(67세)보다는 10년 정도 젊습니다. 젊은 CEO의 출현은 올해 임원 인사에서도 젊은 인재 중용이라는 특징으로 나타났습니다.

구 사장 후보자보다 나이가 많은 대다수 임원들이 회사를 떠난 일은 아쉽기도 하지만, 이번 인사로 KT 임원의 평균 연령(52.1세)은 한 살가량 어려졌죠. 임원 수도 98명으로 지난 해보다 12% 줄었습니다. 게다가 1972년생인 김봉균 전무까지 탄생해 1970년대생이 고위 임원으로 진입하는 신호탄도 쏘았죠.

이를 두고 KT 안팎에서는 KT의 사업체제 재정비가 끝나면 고령이라도 경륜 있는 임원들은 일할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법조인 출신 최고준법감시책임자 영입 예정

하지만 머니머니 해도 가장 관심을 끄는 일은 KT에 ‘최고준법감시책임자’를 두기로 한 것입니다. 사실 재벌 회사들과 달리, 주인 없는 KT는 정치권에서 두들겨 맞는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KT가 잘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정권 교체기에는 특히 KT를 흔드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KT는 이번에 비상설로 운영하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위원회(감사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이를 이끌어갈 수장으로 최고준법감시책임자(CCO, Chief Compliance Officer)를 선임키로 했습니다. 얼마 전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를 선임한 것처럼, 법조인 출신이 될 전망입니다.

KT의 최고준법감시책임자는 사실 삼성과 성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김 전 대법관은 “승계·노조문제도 독립적으로 감시하겠다”고 했지만, KT는 승계가 없고 노조도 복수노조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KT는 앞으로 대관조직(CR)대신 컴플라이언스위원회와 최고준법감시책임자를 중심으로 정도경영, 준법경영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두고 KT의 한 이사는 “업계나 정계의 마당발을 통한 정책협력이 아니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했습니다.

오늘 딸의 KT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김 의원과 함께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죄가 없다고 판단했죠.

김 전 의원 등의 유무죄 여부는 최종심까지 기다려야 하겠지만 주인 없는 KT에 권력자들이 취업을 청탁했던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최고준법감시책임자는 아마 채용비리 문제를 감시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KT가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리는 일이 줄어들 수 있을까요? KT가 정의롭고 열정적인 최고준법감시책임자를 영입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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