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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영상]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 조항주 센터장 "골든타임 지켜 더 많은 생명 살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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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환자는 시간 싸움

의료헬기 소음 문제, 인식개선 필요

노컷TV 김태헌PD


"선진국들의 경우 중증외상환자 이송을 위한 의료헬기 운용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런 부분에서 보다 더 안전한 사회가 됐다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고, 단순한 헬기 소음이 아닌 '사람 살리는 소리'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 조항주 센터장은 "중증외상환자는 시간 싸움이다.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의료헬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 한국군 이라크 파병 당시 현지에서 진료를 했던 경험을 통해 외상외과를 선택했다는 조항주 센터장은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이자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로서 아주대 이국종 교수와 더불어 국내에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피플앤리더 프로그램을 통해 조항주 센터장을 만나 권역외상센터의 하루를 시작으로 외과의사로서의 신념과 고충, 기억에 남는 순간, 국내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컷뉴스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센터 조항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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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조항주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 권역외상센터는 어떤 곳인가?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 즉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많이 다친 분들을 치료하는 곳이다. 예를 들면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거나 교통사고가 크게 나는 등 심하게 다친 환자가 오시면 어디가 다쳤는지 재빨리 진단해서 급한 손상이 있는 경우 빨리 수술을 하고, 처치해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얼마 전에 우리나라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이 많이 감소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그때 보건복지부에서 연락이 와서 인터뷰하고 헬기로 이송한 환자들 정리하다 보니까 그때 좋은 케이스를 발견해서 두 분 정도가 생각난다. 그 중 한 분은 북한산에서 추락하셔서 저희 병원에 오셨을 때 혈압이 50mmHg 정도로 굉장히 낮은 상태였다. 의식도 없으셨고, 산소포화도도 굉장히 낮았다. 또 골반 골절이 일어나고, 안쪽 출혈이 굉장히 심한 상태였다. 재빨리 수술해서 처치하고, 중환자 치료도 열심히 해서 완쾌하셨다. 나중에 외래진료 오셨을 때 보니 거의 다치기 전 상태까지 회복하셔서 굉장히 뿌듯했다. 그분처럼 산에서 다치면 산 밑으로 내려오는 데만 해도 한참이 걸린다. 거기에서 엠뷸런스타고 병원에 오는 것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런 분들한테는 헬기 말고는 대안이 없다. 그다음에 다른 한분은 최근 군부대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서 오셨는데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고, 산소포화도나 혈압도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환자를 살펴보니 특히 다리 출혈이 심했다. 그런 경우엔 수혈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 일반 병원에서 2~3시간 걸리기도 하는데 저희는 딱 1분 40초 만에 피가 들어갔다. 또 긴장성 기흉 증세가 있어 바로 수술하고, 처치했다. 현재 그분은 저희 병원에서 순조롭게 회복 중이시다.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누군가 지시하지 않아도 서로가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매 순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헬기 타는 의사'로서 고충이 있다면?

제가 외상센터 옥상에 헬기장을 지은 것이 2018년 5월이다. 그때도 당연히 헬기 소음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저는 사실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 살리려고 하는 일인데 설마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실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헬기장이 지어지고 초반에는 헬기이송 건수 자체가 많지 않았으니까 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해주실 거라 판단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달리 민원이 들어오더라. 그래서 저희가 이제 실제로 부상 정도가 심한 중증 환자들만 헬기로 이송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환자가 얼마나 다쳤는지 현장에서 판단이 불가한 경우도 있다. 실제로 급한 환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만약 10m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하면 일단 중증일 가능성이 높고, 그런 환자들은 당연히 응급처치가 필요하니까 저희 외상센터로 오는 것이 맞다. 그런데 막상 와보면 의외로 많이 안 다쳤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건 진짜 행운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헬기이송이 필요한 환자들을 놓칠 가능성도 있고 해서 결국 다시 헬기이송환자를 다 받기 시작했는데 얼마 뒤 서울소방항공청에서 연락이 왔다. 헬기 관련 민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헬기장을 폐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복지부와도 얘기했다. 복지부에서는 외상센터 기능을 하려면 헬기장이 필수조건이라는 데 공감했지만 문제를 풀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 저희가 민원을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민원인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그분들이 얘기하는 건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였다. 소음 자 체도 문제지만 집값이라든가 그 외 파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많이 생각하셨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문화는 외국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제가 외국에 있을 땐 이런 문제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게는 안 된다. 지난번에 현장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 의료진이 직접 헬기를 타고 가서 현장에서 바로 처치하는 훈련을 서울에서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헬기 소리가 자녀들 공부하는 데 방해된다고 바로 민원이 들어오더라.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이런 문제들을 홍보하고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생캠페인에도 참여했고, 언론과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이전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아져서 많은 분이 이해해주시고 계신다. 그런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감사하다. 사실 헬기 소리가 신경을 쓴다고 하면 굉장히 거슬릴 수 있다. 반대로 그것에 대해서 '사람 살리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누군가 많이 다쳤구나', '누군가 바쁘게 일하고 있겠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을 하고, 조금 더 잘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다.

▶ 지치고 힘들 때도 있을 텐데?

사실 외상이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장 오늘 환자가 한 분이 오실 수도 있고, 스무 분이 오실 수도 있다. 이걸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에 맞게 대비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수술을 하나 하는데도 저희가 가진 모든 걸 다 쏟아붓는다. 목이 쉬고, 에너지가 다 빠질 정도로 환자를 살리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굉장히 뿌듯하지만 아무래도 저희도 사람이다 보니 그런 환자들이 두 명, 세 명 늘어날수록 지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술하다 보면 심장박동기에서 환자 심장이 뛸 때마다 띠~띠~하는 소리가 난다. 개인적으로 그런 걸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나오기도 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의 각성 효과가 있는 거 같긴 한데 수술이 끝나면 바로 시체처럼 뻗어버릴 때도 많다. 저도 외상을 굉장히 오래 한 사람 중 하나인데 예전에 비하면 체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저도 이제 나이가 45세인데 언제까지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닥치면 또 자동적으로 힘이 난다.

▶ 바라는 점이 있다면?

헬기이송이라는 것이 선진국들의 같은 경우 이미 많이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안전한 사회가 됐다고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고, 또 하나 119 사이렌 소리의 경우에도 힘드시겠지만 조금 참아주셨으면 좋겠다. 119대원들이 어떻게 하냐면 도로에서 사이렌을 켜고 오다가 병원 들어오기 전이나 원대로 복귀해서 소방서 들어가기 전에는 또 사이렌을 끄고 간다고 하더라. 주택가에서는 민원 때문에 조용하게 가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것들을 조금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는 외상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에서 중증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서 중증이라고 판단될 경우엔 약간 멀더라도 권역외상센터로 가고 그것보다 가볍다고 판단되면 가까운 병원으로 간다. 그런데 권역외상센터 로 가도 환자가 많이 다쳐서 살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가까운 병원으로 가지 왜 먼 병원까지 가서 환자를 사망하게 했냐고 원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환자 이송하시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더라. 그분들이 어떤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중증외상환자의 기준에 부합하니까 멀더라도 권역외상센터로 것이지 않나. 최선을 다할 뿐이지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닌데 그런 것에 대해 민원을 많이 제기하신다고 한다. 119대원들을 조금 더 믿어주시면 어떨까 한다. 마찬가지로 저희 또한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를 100%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 믿고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 주민분들께 한마디

아까 말씀드린 대로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래도 헬기 소음에 대해서 이해하고, 참아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 민원보단 격려해주시면 저희도 더 열심히 일할 거 같고, 저희도 참아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있을지 생각해 보겠다. 항상 헬기를 받을 때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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