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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10분의 1토막' 제자구하다 숨진 초라한 이경종 선생 44주기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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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추모비 상단의 동그란 두쪽의 눈모양이 겨울비에 젖어,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하고 있다(사진=당시 제자 장학봉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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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대구경북=김성권 기자]폭설과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976년 1월17일 가신 영원한 참 선생인 당신의 숭고하고 고귀한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17일 오전, 고인의 넋을 위로하듯 겨울비가 내리는 경북 울릉군 북면 천부초등학교, 이학교 운동장 좌측에서 고 이경종 선생의 44주기 추모제가 조촐하게 열렸다.

올해도 형식에 치우친 듯 이 학교 관계자, 당시제자 몇명과 ,재학생들이 모였다.

수년동안 육지 출장과 여객선 결항등의 이유로 역대 교육장들이 불참한 추모제에 올해는 모처럼 울릉교육의 수장인 교육장 얼굴도 보였다.

출장중인 김병수 울릉군수를 대신해 군 관계자가 참석했고 외부 기관장으로는 정성환 울릉군 의회의장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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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울릉군 의회의장이 울릉군 기관장으로 유일하게 추모제에 참석해 추념하고 있다(시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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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주민들도 지역 기관장들도 참석못한 추모제는 제자를 구하다 숨진 고인의 숭고한 정신이 무색할 만큼 쓸쓸하고 조용하게 치러졌다.

이 학교 좌측 언덕 그늘지고 구석진데다 지반침하로 기울고 있는 초라한 추모비 앞에서 몇 안 되는 참배객들이 조용히 술잔을 따르고 헌화했다.

내가 죽어서도 제자를 사랑하고 바라보겠다는 고인의 유지로 만든 추모비 상단의 동그란 두쪽의 눈모양은 오늘따라 겨울비에 젖어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추모제가 왜 이렇게 형식에 그치며 초라해질까?

주민들은 ‘교육청에서 주관해오던 행사를 경비 일부를 지원하는 식으로 천부초등학교에 떠 넘겨 학교 행사로 격하돼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참석한 당시 6학년 제자였던 장학봉(58)씨는 “수년전만해도 각학교 교사들은 물론, 학교운영위 관계자, 재학생,기관단체장들이 모여 뜻깊은 추모제가 열렸는데 해가 갈수록 선생님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빛 바랜 사진처름 얼룩져 잊혀져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지역 출신 전 이철우 울릉군 의회의장은 “추모비가 너무 외지고 그늘진 곳에 위치해 있어 이를 다른곳으로 옮기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주민들이 나서 추진했지만 교육청의 무관심으로 무산됐다”며 “지금이라도 추모비를 이전해 고인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영원히 기리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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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초등학교 재학생 대표가 추념하고 있다(사진=당시 고인의 제자 장학봉씨 제공)


초등학교 교장 출신이며 울릉문화 원장을 지낸 이우종(84)씨는 '추모제에 빠지지 않고 줄곧 참석했지만 언제부터인지 너무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추모제로 변질돼 차마 고인에게 죄스런 마음에 참석을 하지못했다. 학생들이 등·하교때라도 추모비 주변을 청소하고 묵념이라도 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씁쓸해 했다.

고 이경종 선생은 대구 출신으로 1972년 이학교로 건너와, 사고 당시(35세)인 76년에는 6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다.

이 선생은 제자 2명이 등록비가 없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자 등록비를 마련해 천부에서 울릉읍 도동의 농협에 들러 등록비를 내고 돌아오다가 변을 당했다.

이 선생이 타고 오던 만덕호는 북면 천부항 앞바다에서 높은 파도에 전복됐다.

사고 당시 만덕호는 도동항에서 생필품과 50여명의 주민을 싣고 천부항으로 들어오던 중이었다. 그때 배에 타고 있던 주민 가운데 37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울릉도 최고의 대형 참사였다.

이 선생은 수영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던 만큼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함께 타고 있던 사랑하는 2명의 제자를 구하기 위해 성난 파도와 싸우다 결국 숨졌다.

ksg@heraldcorp.com

(본 기사는 헤럴드경제로부터 제공받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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