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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 한국판 CES 이런 식으로 하면 또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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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의 국내판인 '한국판 CES'를 열기로 했다. 올해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의 한국판까지 합친 개념으로 확장해 치를 계획이라고 한다. 다음달 17일부터 열리는 이 행사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외에 통신 3사도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판 CES는 첫해인 지난해 졸속 논란을 빚었다. 라스베이거스 CES가 끝난 직후 정부가 서둘러 기획했고 "대통령 참석 행사이니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기업들이 곤욕을 치렀다. CES 참가 기업들의 절반 이상은 한 달 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에도 참가한다. 두 행사 모두 신제품 홍보와 계약에 큰 중요성을 갖기 때문에 준비에 꼬박 1년을 매달린다. 지난해 한국판 CES가 느닷없이 끼어드는 바람에 전시팀은 미국과 한국, 스페인을 오가며 진땀을 빼야 했다. 기업마다 한국 행사에 수억 원 이상 비용을 지출했지만 대통령이 들른 첫날을 빼고는 관람객이 없어 한산했다.

비슷한 장면이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께 올해 행사 계획을 입안했다고 하는데 정작 기업들에 연락이 간 것은 이달 들어서였다. 게다가 올해는 모바일까지 범위를 넓혀 잡으면서 행사 기간이 MWC 일주일 전으로 잡혔다. 국외 전시를 하려면 행사 3~4주 전에는 제품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MWC 따로, 한국판 따로 준비해야 할 형편이다. 메인 행사를 앞두고 신제품을 국내에서 먼저 공개할 수도 없다. 기존 제품 중심의 맹탕 전시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에게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국내에는 한국판 CES와 MWC에 해당하는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 한국전자전(KES)과 '월드 IT쇼'가 그것이다. 굳이 기업들 진을 빼가며 CES와 MWC 사이에 국내 행사를 끼워넣어야 할 이유가 없다. 올해도 대통령이 행사장에 들를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 한 명을 의식한 행사라는 뒷말이 나와서야 대통령에게는 누가 되고 행사는 행사대로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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