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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 美는 뜯어말리고 北은 뜯어가라는데 금강산 관광 왜 매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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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간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언급한 뒤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들고나왔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금강산 관광이나 이산가족 개별 방문은 유엔의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언제든 이행할 수 있으며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방문은 북한 발행 비자를 받으면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고 한다. 하지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같은 날 외신 간담회에서 노 실장의 언급에 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다. 정작 당사자인 북한은 금강산에 있는 남쪽 시설물을 2월까지 모두 철거하라는 대남 통지문을 지난해 말 발송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작년 11월 시설물 철거 요구 통지문을 보낸 바 있는데 재차 촉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해리스 대사의 언급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직접 반박했다. 통일부는 "대북 정책은 대한민국 주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한미 워킹그룹 협의는)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소소한 문제가 걸릴 수 있지만 오해가 안 생기도록 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문제는 정부의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개별 방문 추진이 최근 지지부진한 미·북 간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는 데 있다. 미 국무부 당국자나 해리스 대사의 언급을 보면 한미 간 사전 협의가 충분했는지 대북제재의 예외로 인정받은 뒤 추진되는 것인지 미심쩍은 대목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금강산 시설물을 뜯어 가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우리만 짝사랑하듯 매달리는 꼴이어서 씁쓸하다. 금강산 관광이나 이산가족 개별 방문이 막힌 남북 교류를 풀 단초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엔과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를 우리가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으면서 서두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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