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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기자의 시각] 尹총장, 특수단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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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국희 사회부 기자


'나보다 더 센 후임'을 거론하며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미애 장관을 예상한 건 아니었겠지만, 추 장관은 지난 3일 취임 이후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 별명을 증명이라도 하듯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달리고 있다. 지난 8일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手足)과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 지휘부를 모두 쳐내는 소위 '1·8 대학살'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당시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공석(空席)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전보 조치를 하기 위한 통상적인 정기 승진 및 전보 인사"라고만 밝혔다.

이틀 뒤인 10일 법무부는 '장관 특별지시'를 발표했다. "검찰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비(非)직제 수사조직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할 것을 검찰에 특별히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비직제 수사조직은 검찰총장 직권으로 만드는 특별수사단을 말한다. 윤 총장이 지방 한직(閑職)으로 발령난 측근들을 특수단으로 불러 모아 '대학살' 인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에 대해 선제공격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13일에는 조 전 장관 일가 비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을 대폭 축소하는 검찰 직제 개편안도 발표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인권과 민생을 위해 직제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설명을 듣다 보면, 숨 가쁘게 달려온 추 장관의 '개혁'이 실제로 정권 겨냥 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와 민주당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항명(抗命)을 했다" "검찰이 촛불 민심을 역행하고 있다" 같은 말만 늘어놓고 있지 않은가.

한술 더 떠 친(親)정부 언론들은 검찰 인사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끄떡없는 것으로 판단해 볼 때, 대다수 국민은 이번 검찰 인사를 '대학살'은커녕 지극히 적절하고 상식적인 조치로 보고 있다고도 한다. 정말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그들 주장대로 "정권 겨냥 수사를 중단시킨다는 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라는 것이라면, 윤 총장은 즉시 추 장관의 특별지시를 받들어 '울산선거 특수단' '감찰무마 특수단'의 설치를 승인해달라고 법무부에 사전 요청하기 바란다. 특수단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만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연루됐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특수단' '별장 성접대 김학의 특수단' '세월호 특수단' 등 국민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 특수단이 꾸려지지 않았나. 단지 수사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것뿐인데,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요구를 거부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윤 총장은 즉시 특수단 설치를 요청하기 바란다.

[박국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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