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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경마이야기]장애 딛고 여왕된 경주마 ‘루나', 전설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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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암말 선발 '트리플 티아라', 루나스테이크스 4월 첫 선

한국 경마 새로운 신화 여왕 탄생 기대

이데일리

루나. 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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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이클립스(Eclipse, 1764~1789년)’는 우리에게 ‘일식’ 정도로 인식되지만 유럽과 미주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명마’로도 기억되는 이름이다. 1764년 영국에서 개기일식이 있던 날 태어났다는 ‘이클립스’는 18전 18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에 종마로서도 344두의 우승마를 배출해 오늘날 활동하는 서러브레드의 90%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전설적인 경주마다.

이클립스는 미국 최고의 3세마를 뽑는 세 개의 경주로 세 곳의 경마장에서 열리는 ‘트리플 크라운’의 하나인 ‘벨몬트스테이크스’ 우승 트로피에 새겨졌다. 미 최우수 연도대표마 시상식의 타이틀이 ‘이클립스 어워즈(Eclipse Awards)’라 명명될 만큼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아직은 경마팬들에게 국한되어 있지만 국내에도 경주마 중에 이름을 남긴 사례들이 있다. ‘달’ 또는 ‘달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진 한국 경주마 ‘루나’도 그렇다. 2015년 세상을 떠난 ‘루나’ 이름이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2001년 제주도의 조그만 민간목장에서 태어난 암말 ‘루나’는 왜소한 체격에 선천적으로 왼쪽 앞다리를 절었다. 그러나 뛰어난 부마(컨셉트윈)와 모마(우수해)의 유전자에서 가능성을 보았던 것일까.

이성희 마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루나’를 과감하게 선택했고 최고의 조교사에게 맡겨 허리를 단련시켰다. 점차 상승세를 보이던 ‘루나’는 2005년과 2006년 경상남도지사배, 2007년 KRA컵 마일,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차례로 석권했다.

은퇴하는 날도 팬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남겼다. 경주마 치고는 고령인 8세였던 ‘루나’가 초반에 꼴찌로 달리다가 막판 추입을 통해 선두를 0.1초 차이로 제치고 믿기 어려운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2004년 데뷔 후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33전 13승을 거둔 ‘루나’가 획득한 상금은 약 7억5700만원, 자기 몸값의 무려 78배에 이른다.

오는 4월12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최고의 3세 암말을 뽑는 시리즈 ‘트리플 티아라’의 첫 경주, ‘루나스테이크스’가 열린다. ‘트리플 티아라’는 암수 구별 없이 최고의 3세마를 뽑는 ‘트리플 크라운’과 별개로 우수한 국산 암말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세 개의 경주를 묶어서 만든 시리즈다.

‘트리플 티아라’에는 이번에 신설된 ‘루나스테이크스’를 시작으로 5월의 ‘코리안오크스(GⅡ)’, 6월의 ‘경기도지사배(GⅢ)’가 포함되는데 세 경주의 총 상금이 13억5000만원이다.

승점이 가장 높은 말에 1억원(마주 90%, 조교사 10%), 세 경주에서 모두 우승해 ‘트리플 티아라’가 탄생할 경우 다시 1억원의 추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상금 규모만으로도 우수한 암말의 탄생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읽을 수 있다.

1년에 딱 한 번 자마를 생산할 수 있는 암말이 하루에도 몇 차례 교배가 가능한 수말에 비해 효율면에서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상 위대한 명마는 부마 못지 않게 뛰어난 모마를 두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수한 암말군의 보유야말로 말산업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장애를 딛고 여왕에 오른 위대한 경주마 ‘루나’의 마법 같은 이야기는 과거 영화로 제작됐고 기부로도 이어졌다. 올해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경주 ‘루나스테이크스’로 부활해 후배 여왕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데일리

은퇴경주 막판 꼴찌에서 1위로 역전하는 루나. 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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