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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문기자의 차이나톡]'막오른 쩐의 전쟁'…中 대형 인터넷社 '훙바오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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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틱톡·알리바바 등 훙바오 이벤트 속속 시작해

"주요 IT기업 올해 춘제 마케팅 비용 1조300억원 투입"

콰이서우, 춘완 파트너로…“10억 위안 훙바오로 뿌려”

막대한 현금 이벤트…“오히려 기업 이익에 독” 지적도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문기자의 차이나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중국 한국혁신센터(KIC·Korea Innovation Center in China)와 공동으로 중국창업시장과 스타트업 현황, 중국의 경제 트랜드를 전달합니다. ‘문기자의 차이나톡’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중국 창업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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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랑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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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 (중국의 설 명칭)과 관련된 특색있는 이벤트가 많다. 설 전날 야식 먹기, 폭죽 터트리기, 음력 설 특집 TV 프로그램 춘완(春晩) 시청, 새해 인사 드리기 등 우리네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가운데 중국인들을 가장 흥분케 하는 이벤트가 있으니 바로 ‘훙바오(紅包)’다. 훙바오는 중국어로 빨간 봉투라는 뜻으로 세뱃돈을 의미한다. 춘제 때 붉은색 봉투에 세뱃돈을 담아 주는 중국 전통에서 비롯했다.

‘춘완’은 중국의 국가방송국인 중앙라디오TV총국(CMG)이 춘제를 경축하는 의미에서 매년 그믐날 저녁 8시부터 자정이 지날 때까지 생방송을 하는 설 특집 프로그램의 공식 명칭 ‘춘절연환만회’(春節聯歡晩會)의 줄임말이다.

중국은 매년 춘제 때마다 국가방송국뿐만 아니라 지방방송사에 이르기까지 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그중 CMG에서 선보이는 춘완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시청률이 40%를 웃돌 정도로 영향력과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같은 시간에 CMG 자사 채널을 포함해 전 중국의 30여개 성(省)급 방송국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전 세계 최고 시청률, 최장 방송시간, 최다 출연자 수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으로 2012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춘완에 꼭 훙바오가 있다면 훙바오 뒤에는 중국 대형 인터넷 회사가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춘절, 중국 대형 인터넷 회사 간의 ‘훙바오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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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바이두가 진행한 훙바오 이벤트(그래픽=신랑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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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세뱃돈을 쏩니다”…‘디지털 홍바오 대전’ 시작

중국 IT 전문 매체 신랑과기(新浪科技)는 시장 조사 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iiMedia Research)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중국 IT 대표 기업들은 총 70억 위안(약 1조1830억원)이 넘는 돈을 춘제 마케팅에 쏟아부으리라고 예상했다.

올해 훙바오 전쟁에서 가장 먼저 승기를 잡은 건 틱톡의 라이벌 중국 영상 공유 앱(응용프로그램) 콰이서우(快手)우다. CCTV가 춘완 프로그램 공식 파트너로 선정했다. 콰이서우는 음력 설에 중국 국영 CCTV(중국 중앙TV)의 국민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세뱃돈 10억 위안(약 1657억원)을 뿌리기로 했다.

춘완은 1983년 처음 방송한 이후 매년 춘제 때마다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는 국민 프로그램이다. ‘중국의 슈퍼볼’로 이를 만큼 순간 시청률과 그에 따른 TV 광고료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콰이서우는 춘완 방송을 시청하는 동안 콰이서우 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청 인증을 하면 훙바오를 증정한다. 콰이서우는 사용자가 15초짜리 짧은 영상을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2011년 베이징에서 설립된 이래 중국 최대 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훙바오 이벤트 경쟁은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지난 2014년 텐센트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해 세뱃돈을 송금하는 훙바오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후부터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쇼트 클립 애플리케이션 틱톡은 20억 위안(약 3368억원) 규모의 훙바오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도 5억 위안(약 845억원) 규모의 훙바오 이벤트를 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비바바도 전자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몰을 통해 5억 위안 상당의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춘제 기간 중 20억 위안에 달하는 추가 이벤트도 펼칠 계획이다.

신랑과기는 “인터넷 회사에는 춘완이 전국 13억 중국민과 교류하는 단 한 차례 기회”라며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올해 춘완에서는 기존의 텐센트나 알리바바에서 쇼트클립 플랫폼이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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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 CCTV의 음력 설 프로그램 춘완(春晩)(그래픽=신랑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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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훙바오 전쟁 멈추지 않을 것”…출혈경쟁 불가피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하고 있는 훙바오 전쟁이 당분간 계속되리라 전망한다. 첨단 IT 기술과 이벤트의 접목으로 기술력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도 훙바오 이벤트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다만, 신랑과기는 이러한 ‘쩐의 전쟁’ 이후 과연 기업이 부담해야 할 후폭풍과 기대할만한 마케팅 효과를 얻었는지를 좀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콰이서우가 올해 춘완 메인스폰서 타이트을 따내자 맞수인 더우인(틱톡)은 20억 위안(약 3300억원)의 훙바오를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카드 모으기, 게임, 추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훙바오를 제공한다.

훙바오 이벤트는 단기간 안에 사용자 수를 빠르게 늘릴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벤트를 통한 실제 마케팅 효과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지 여부다. 콰이쇼우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두 가지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고 했다. 하나는 춘절 전 DAU(Daily Active Users·하루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이용자 수) 최고 3억명을 돌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춘절 후 3개월 DAU 평균치가 3억명에 도달하는 것이다. 신랑과기도 콰이쇼우가 이벤트 후에도 이용자를 붙잡아 두는 것을 중요한 핵심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쑤투리서치의 장딩링 애널리스트는 “춘제 기간 펼쳐지는 이벤트로 짧은 시간 안에 사용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는 있지만 각 기업은 이 사용자들을 유지할 전략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랑과기도 “어떻게 관중의 참여도를 조정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놀이법을 창조하느냐가 콰이쇼우를 비롯한 중국 IT기업이 직면한 훙바오 이벤트의 도전이자 숙제”라고 말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가져올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반짝 이벤트라고 하기에는 기업으로서 재무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바이두의 해당 춘완 마케팅 활동 중 배치한 세일즈, 총무, 행정의 총지출액이 61억 위안(약 1조300억원)으로 전년대비 93%나 증가했다. 결국 영업이익 등 재무상황에 영향을 미쳤다.

신랑과기는 인터넷기업이 더는 춘제 기간에 마구잡이로 돈을 뿌리는 것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콰이쇼우를 예로 들어 10억 위안의 투자 가치를 어떻게 현실화해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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