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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어머!이건알아야해]외상센터는 왜 미움을 받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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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목숨 살리는 외상센터 병원에서는 '찬밥'

환자 살릴수록 손해본다는 인식 여전해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이국종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장에게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폭언을 퍼붓는 녹음파일이 공개된 후 외상센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중한 목숨을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외상센터는 한국에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정부가 권역외상센터 설치 지원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2년입니다. 아직 채 10년이 되지 않았고, 17개 권역에 현재 설치된 외상센터는 아직 14개입니다. 앞으로 3개소는 더 문을 열어야 목표가 달성되는 겁니다.

외상센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2015년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은 30.5%에 이르렀습니다.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은 환자가 적절한 시간 내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망자 비율입니다.

당시 미국의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은 20%였고, 미국 펜실베니아 외상센터의 외상 사망률은 7.7%에 불과했습니다.

외상센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여러 사건도 잇따랐습니다. 2016년 9월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 환자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발목미세수술이 불가능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환자는 심정지 등 상태가 악화해 헬기로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 수술을 진행했지만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후 2017년에는 북한군 귀순병사를 이송하고 수술하는 과정에서 국내 외상센터의 열악한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당시 병사를 수술했던 이국종 센터장이 외상센터의 실태를 알리고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국민들 역시 외상센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외상센터 개선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28만명이 동의했고, 이를 계기로 보건복지부가 중증외상센터 진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놓았으니까요.

이후 정부가 외상센터 인건비를 지원하고 의료수가도 높이고, 닥터헬기도 도입하면서 그나마 국내 외상센터는 이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이 19%대로 낮아지는 성과도 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국종 센터장 사건으로 아직도 외상센터를 바라보는 병원 수뇌부의 시각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여전히 중증 외상환자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주대가 외상 환자에게는 병실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국종 교수 역시 병원이 정부로부터 지원은 받아놓고 외상센터를 적자의 주범처럼 여기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처럼 중요한 외상센터를 국가가 나서서 운영하면 안 되느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현재는 정부가 대부분 외상센터를 민간병원에 위탁했고, 그렇다보니 환자를 받을수록 손해를 보는 외상센터가 ‘찬밥’ 신세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정부로서는 직접 외상센터를 운영하려면 수천억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적은 지원금으로 바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민간 병원 위탁을 선택했고 이것이 잘못된 시작이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는 이국종 센터장 사건을 아주대 내부 갈등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상센터가 지닌 한계와 문제점이 다른 곳에서도 반복될 수 있으니 고민이 큽니다.

돈이 안 되는 외상센터, 병원이 기피하는 외상센터. 이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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