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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7 to 11’(새벽7시∼밤11시), 정치신인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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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예비후보들, 명함 돌리기·얼굴 알리기에 하루가 짧아

경향신문

대전 동구에 출마한 장철민 민주당 예비후보가 지역 행사에 참여해 주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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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장철민 예비후보

“새벽 7시부터 밤 11시까지다.”

4·15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대전 동구 장철민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의 일과다. 만 36세의 나이에 처음 선거에 나선 장 예비후보는 “세븐 투 일레븐”이라고 했다. 영화 제목인 <나인 투 파이브(Nine To Five)>와 비교한 것이다. <나인 투 파이브>의 두 배에 해당하는 노동이다.

새벽 7시, 장 예비후보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출근 인사를 한 뒤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지역 단체의 새해 인사 모임에 참석해 얼굴을 알린다.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저녁에는 퇴근 인사를 하고, 다시 지역 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선거 홍보를 한다.

출발의 총성은 이미 울렸다. 예비후보자들에게 4월 15일 총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출마를 기다려온 정치 신인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다. 정치 신인들은 지난해 12월 17일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후 길거리에서 홍보를 시작했다.

장 예비후보는 지난해 6월부터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 민주당의 공천룰에 따르면 7월 말까지 권리당원에 등록된 당원에게만 후보 선출권이 부여된다. 때문에 권리당원 확보가 첫 번째 활동이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장 예비후보는 9월에 사표를 내고 지역으로 내려갔다. 홍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고 있을 때 맡은 원내대표 정책조정실장이 그의 대표적인 경력이다.

장 예비후보는 예비후보 등록 후 명함을 돌렸다. 필요할 때마다 명함을 만들지만, 1월 중순까지 1만5000장 정도 돌렸다. 대전역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외벽에 현수막을 걸었다. 출판기념회는 하지 않았다. 장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인 만큼 출판기념회가 아닌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면서 “지난해 9월 홍영표·이철희 의원과 ‘대전 동구 이야기’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가졌다”고 말했다. 청년 신인인 장 후보에게는 당내 공천에서 청년 정치인에게 주는 15%(35세 이상)의 가점이 주어진다. 장 예비후보는 “지역을 돌아다녀보면, 갈등을 부추기는 기존 정치에 대해 심판의 목소리가 많다”면서 “21대 국회에서 포용의 정치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경북 고령·성주·칠곡에 출마한 정희용 한국당 예비후보가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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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성주·칠곡 정희용 예비후보

경북 고령·성주·칠곡에 출마하는 정희용 예비후보(자유한국당)는 새벽 6시 미사로 하루의 첫 일정을 시작한다. 정 예비후보 본인이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지만 지역 천주교 성당과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어머니의 증조할아버지가 1800년대 중반 왜관성당의 첫 번째 신자로 수계를 받았다.

정 예비후보는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와 칠곡군 관내 성당을 돌아가며 미사에 참여한 후 출근 인사를 시작한다. 대구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많기 때문에 출근 인사는 7시 30분부터 시작해 8시 20분까지 마무리한다. 시장에서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9시부터 지역 행사에 참석한다. 행사는 주로 10시에 시작한다. 미리 가서 명함을 돌리는 것이 얼굴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행사장과 행사장 사이를 이동하는 도중에 주변 상가에서 주민들을 만나 인사를 한다. 밤에 사무실에 돌아가서 다음 날 일정과 관련한 회의를 하고 DB 정리, 홍보 활동 점검까지 마치면 자정이 훌쩍 지난다.

지역에서는 오일장이 홍보에 가장 좋은 기회다. 칠곡·성주·고령 세 곳을 돌면 하루에 평균 150㎞를 누비게 된다. 이동 중에는 젊은층을 상대로 전화를 많이 한다. 만 43세인 정 예비후보는 당내 공천룰에서 청년에게 주어지는 30%(35∼45세)의 가산점 혜택을 받게 된다. 정 예비후보는 “총선기획단에서 청년 정치인에게 지역구 의석의 30%를 할당하겠다고 한 것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정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 6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경제 특별보좌관 직을 그만뒀다. 12월 8일 친구 8명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경북도청에서 고향인 칠곡 왜관까지 120㎞를 달렸다. 정 예비후보는 12월 17일 모교인 왜관초등학교를 찾아 교통봉사 활동을 한 후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정 예비후보는 “지역에서는 변화에 대한 갈증이 많다”면서 “50대 중반에서는 안정감·중량감을 강조하지만 젊은층과 노년층에서는 젊은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예비후보는 1월 13일 칠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책 제목은 <젊어서 좋다- 정의·희망·용기>였다. 정 후보는 “책은 완판했는데 책 제작비와 행사비를 빼고 나니 본전이었다”면서 “곧 후원회에서 모금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나경원·송언석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정 예비후보는 “입법과 예산심의 과정에 참여하면서 국회의 메커니즘을 잘 알게 됐다”면서 “이 노하우를 고향을 위해서 쓰게 된다면 보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선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경기 부천 원미을에 출마한 이미숙 정의당 예비후보가 거리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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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 원미을 이미숙 예비후보

이미숙 경기 부천 원미을 예비후보(정의당)는 1월 10일부터 거리로 나왔다. 1월 9일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정의당 부천지역 출마자 합동 기자회견을 가진 후 선거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아침 7시부터 8시까지 출근 인사를 한다. 지난해 12월 26일에야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다른 지역이나 다른 정당의 예비후보에 비해 출발은 다소 늦은 편이다. 이 예비후보는 “당시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격돌해 중앙당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늦춰달라는 요청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 예비후보는 아직 사무실을 열지 못했다. 곧 사무실을 구해 예비후보 플래카드를 내걸 계획이다. 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등록증을 받아 활동에 들어갔다. 이 예비후보는 “큰 조직이나 단체의 후원이 어렵기 때문에 당원이나 지인 중심으로 후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조금씩 통장에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처음 출마하는 이 예비후보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간호사로 30년 동안 일하면서 노조에서 활동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부천시 시의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낙선했다. 올해 52세인 이 예비후보는 지난해 2월 말 희망퇴직을 한 후 정의당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예비후보는 “노조에서 활동하면서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삶의 변화가 오지 않는다고 느꼈다”면서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의 힘이 커져야 한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의 선거운동에는 남편과 아들이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남편과 아들도 정의당 당원이다. 이 예비후보는 처음 하는 선거라서 중앙당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다른 지역 후보와 소셜미디어(SNS) 공간에서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지역을 돌아보니 선거법이 개정된 후 정의당에 대한 기대가 많이 커졌다”면서 “보건의료 노조 활동을 25년 가까이 한데다 병원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국회에서 보건의료 정책의 공공성 강화에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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