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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불확실한 미래 ‘고위험’ 베팅 … 2030, 가상화폐·P2P대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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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달라진 투자 트렌드

“은행 예·적금만으로는 돈 못 모은다”/ 저금리 기조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온라인 기반 경제 활동 거부감 낮아/ 지난해 P2P 투자자 72%가 20∼30대

“수익 높고 안정적” 만족 사례 많지만/ 상환유예 우려·거래소 ‘먹튀’ 피해도/ 전문가 “원금 손실 가능성 항상 인지/ 등록업체 맞는지 살피고 분산투자를”

#1. 대학원생 김모(29·여)씨는 3년 전 처음으로 ‘개인 간(P2P) 대출’ 세계에 발을 디뎠다. 지방에서 올라와 7년째 서울살이를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에 관한 불안감이 커지던 찰나였다. 그는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모으고 있는데 서울에서 조그마한 전셋집이라도 얻으려면 은행 예·적금 금리로는 턱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걸 찾다 발견한 게 P2P대출 투자”라고 밝혔다. 3년간 100번 이상 투자한 김씨의 누적투자액은 4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연평균 수익률도 15.5%로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다. 김씨는 “운이 좋은 건지 아직 한 번도 원금 상환에 실패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P2P 투자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2. 취업준비생 인모(28)씨는 단기간에 자금을 불리려는 마음에 2년 전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원하는 액수를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투자했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인씨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 가상화폐가 유망하다는 소식을 듣고 200만원으로 비트코인을 샀는데, 불과 2시간 만에 250만원으로 불었다. 이에 인씨는 ‘300만원이 되면 빼자’는 생각으로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렸으나 갑자기 가격이 급락했다. 그는 원금이라도 회수하자는 생각에 1년8개월을 기다리다 결국 고작 50만원만 건진 채 투자를 끝냈다. 인씨는 가상화폐 투자로 본 손실금(150만원)을 만회하고자 다른 가상화폐에 1000만원가량을 투자해 놨다. 인씨는 “투자 손실금만 되찾으면 더는 바랄 게 없다”며 “너무 신경이 쓰여 다시는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100번 이상 차트를 찾아본다는 그는 “취업 준비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세계일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떠오르면서 은행 예·적금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1.25%로 하향 조정한 뒤 은행에서 2%대 예금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이다. 갓 사회에 뛰어든 2030세대가 은행을 떠나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P2P투자,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미래를 향한 불안감, 젊은 세대의 높은 위험수용능력 등을 꼽는다. 고수익에는 상응하는 위험이 따르는 만큼 2030세대는 투자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패기 있게 시작했지만…‘상환 미뤄지고, 거래소 잠적하고’

조모(26)씨는 몇 안 되는 가상화폐 투자 성공자로, 2년 만에 3억원을 벌었다.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차트를 분석하고 투자를 결정한다. 조씨가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데는 은행의 낮은 금리와 연관이 있다. 조씨는 “은행 예금은 금리가 너무 낮아 뭘 바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투자를 찾던 중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다가 시작한 게 가상화폐”라고 했다.

모두가 조씨처럼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 P2P투자는 원금손실 위험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사업을 하는 홍모(34)씨는 10% 내외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P2P투자를 시작했다가 낭패를 봤다. 홍씨는 지난해 P2P투자 플랫폼을 통해 4개 상품에 700만원을 넣었다. 4개 상품 모두 부동산 소액투자로 연 수익률(세전)이 11%를 넘었다. 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홍씨는 2개 상품의 상환이 미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중 1개 상품은 공매가 진행될 예정이라 홍씨가 언제쯤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홍씨는 “예·적금 금리는 낮고 펀드나 주식투자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 대안으로 P2P투자를 선택했는데 막상 해보고 나서는 실망했다”며 “장기간에 걸친 상환, 이자소득세, 플랫폼 이용료, 연체 위험 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메리트 있는 투자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가상화폐 투자자 인씨는 1000만원을 ‘먹튀(투자금을 가로채 잠적하는 행위)’ 당한 적이 있다. 지난해 3월,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란 거래소의 비트코인 시세가 국제 분쟁 등의 이유로 한국거래소보다 3% 정도 높다’는 소식이 떠돌았다. 이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한국거래소로 보내면 3%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핵심내용이었는데 인씨는 이를 의심 없이 덥석 믿었다. 처음에 100만원을 넣었더니 102만원이 돌아오는 것을 본 인씨는 혹하는 마음에 두 번째 거래 때 1000만원을 덜컥 입금했다. 하지만 1000만원이 입금된 이후 ‘이란 거래소’라 불리는 곳은 종적을 감췄고 인씨는 허망하게 돈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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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안한 2030세대 고위험 투자 뛰어들어

17일 P2P금융업체 렌딧에 따르면 P2P투자를 진행하는 4분의 3가량이 2030세대다. 렌딧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자사 투자자들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53.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20대도 18.5%를 기록해 2030세대가 전체 투자자의 72.0%를 차지했다.

P2P투자와 비슷하게 가상화폐 시장도 2030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2017년 만25∼64세 일반인 2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가상화폐를 구매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20대와 30대가 각각 22.7%, 19.4%였다.

최근 주소현 이화여대 교수(소비자학)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를 통해 발간한 ‘밀레니얼 세대와 86세대의 금융행동 이해’ 보고서에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자)의 21.3%가 고위험 투자상품인 선물·옵션·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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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들을 고위험·고수익 투자처로 이끈다고 봤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2030세대는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무엇을 해서 먹고살 것인가에 관한 관심이 옛날 세대에 비해 과대할 정도로 많다”며 “어떻게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면서 살 것인가 고민을 지속하다가 그들에게 친숙한 온라인 기반의 경제행위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위험 수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젊은 세대가 불안감을 표출하는 통로로 고위험·고수익 투자처를 찾는다고 봤다. 그는 “(요즘 세대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고 차별화할 수 없다는 인식을 분명 가진 것 같다”며 “신기술에 능숙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용감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금손실 가능성 인지하고 미확인 정보 의심해야”

가상화폐나 P2P투자를 진행할 때는 은행 예금과 달리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가상화폐 투자의 미확인 정보가 정확한 확인 없이 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떠도는 정보를 경계하고 의심해야 한다. 또 해킹 등의 사고가 발생할 시 가상통화 취급업자가 적절히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규정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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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투자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300개 이상의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투자를 진행하려는 업체가 금융감독원 등록업체인지 확인해야 하며 고금리, 고리워드(금리 이외의 보상), 단기를 이용해 과대광고하는 곳 등은 한번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P2P대출 : 인터넷을 통한 개인 간의 금융거래.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합리적인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

가상화폐 :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실물 없이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전자화폐의 일종으로, 비트코인이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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