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인공지능과 데이터로 무장한 교육업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서비스도 가능… 구글·MS·애플 등도 적극적





경향신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5일 대구하빈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에듀테크 기반 미래형 수학 수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날 두고 가지 마~ 학습 더 해야 해~!! 밀지 마, 밀면 때만 나올 뿐! 인내심도 실력이라구.” 웅진씽크빅의 인공지능(AI) 학습 플랫폼 ‘스마트올’에서 문제나 영상을 그냥 건너뛰려고 하자 ‘AI 공부친구’가 나와 이렇게 말한다. 오답풀이를 건너뛸 때도 비슷한 문구가 아이를 붙잡는다.

이런 동작만 잡아주는 기능에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아깝다면, 좀 더 고차원적인 기능도 있다. 풀이 시간을 분석하면 아이가 문제를 제대로 풀고 가는지, 찍고 넘어가는지 알 수 있다. 찍은 것으로 판단하면 유사한 문제를 다시 내준다. 한 달 이상 학습자의 데이터를 축적하면 이런 식의 개별화된 대응이 가능하다.

■AI·빅데이터로 무장한 학습지 시장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초등학생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30~40분이라 그 안에 필요한 내용을 최적화해서 전달해야 한다”며 “아이의 수준에 맞는 최적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인공지능 플랫폼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방문 교사와 머리를 맞대고 학습지를 푸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학습지 시장이 태블릿PC와 화상 관리를 이용한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을 중심으로 태블릿PC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인천의 학부모 권윤숙씨(36)는 “아이가 다니는 수학학원의 경우 문제는 지면에 풀지만 정답은 태블릿PC에 입력하도록 해 어디에서 오답이 많은지 활용한다”며 “학원에서 과제도 온라인으로 내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권씨는 “요샌 학습지도 태블릿PC로 바뀌었는데 오답이 있으면 선생님과 영상 통화로 서로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국내 시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육업계는 교육과 IT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기술만 있으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웅진씽크빅을 비롯해 교원과 대교 등 교육업체들은 아예 교육계의 AI 기업, 정보기술(IT)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IT개발실 안에 약 70명 규모 연구 인력을 갖춘 AI랩을 운영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의 머신러닝 기업 ‘키드앱티브’와의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부터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실감형 콘텐츠를 속속 선보이며 에듀테크 관련 연구개발(R&D)에 나선 아이스크림 에듀도 올해 최우선 경영 전략을 ‘에듀테크’로 정했다.

에듀테크가 산업계에서 화두가 된 것은 최근 2~3년 사이지만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츠’는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이 2017년 2200억 달러(약 246조원)에서 2020년 4300억 달러(약 48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에듀테크 시장이 2017년 4조원에서 2020년까지 1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15일 만난 최삼락 웅진씽크빅 IT개발실장은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숙성된 기술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2030년께에는 구글 같은 기업이 에듀테크 시장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예측할 정도로 시장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도 참관한 최삼락 실장은 시선추적 기술이나 홀로그램 체험, 뇌파로 집중도를 파악하는 기술을 전시한 교육업체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최 실장은 “어른들은 자신의 잣대에 따라 어땔 땐 강압적이다가도 어떨 땐 방임적이 되고 교사들도 학생 개개인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며 “인공지능은 아이가 어느 부분을 잘하고 어느 부분은 도움이 필요한지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교사도, 부모도 모르는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생 개개인의 상황이 다른데도 수천 년간 하나의 틀만 따르도록 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도태된 아이 취급하는 지금의 교육을 기술로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스크림 에듀 관계자도 “교사의 직관으로 판단하던 부분들을 인공지능 기술로 풀어낼 수 있어서 어떤 교사를 만나든 적절한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의 강점·약점을 파악하고 중도 탈락 위험군과 예상 성취 수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개인화 학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최삼락 웅진씽크빅 IT개발실장이 1월 15일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 웅진씽크빅 제공


■에듀테크로 잠재고객 확보한다

에듀테크 분야에서 활약하는 스타트업들도 늘고 있다. 수학 문제를 촬영해 앱에 올리면 해당 문제 풀이를 보여주는 ‘콴다’의 경우 한국 중·고생 4명 중 1명 이상이 매달 사용하고 있다. 콴다는 일본에서도 아이폰 앱 장터 기준으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육 앱서비스로 꼽힌다.

콴다를 운영하는 매스프레소 관계자는 “교육 분야는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 기본적으로 효율성을 굉장히 중시하는 분야”라면서 “더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개인별 맞춤이 가능한 개인 과외, 학원이 성행했는데 데이터 기반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과외 교사만이 할 수 있었던 맞춤의 영역을 인공지능이 해결하면서 새로운 산업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콴다가 내세우는 핵심기술은 딥러닝 중 컴퓨터 시각 기술이다. 매스프레소 관계자는 “구글이나 네이버 등이 제공하는 광학적 글자 인식 기술(OCR)은 수식 기호 등을 처리할 수 없어서 연구 인력 절반이 이를 처리할 시각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 외 검색기술, 임의의 문제 사진에서 해당하는 개념을 추출하는 자연어처리 기술, 방정식 등을 사람이 풀어내는 순서대로 풀고 풀이를 제공하는 자동 풀이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학습 기록을 활용한 학습상태 추정 및 콘텐츠 추천 기술도 연구할 계획이다. 매스프레소는 이를 활용해 유사한 유형의 문제를 제공하거나 관련 개념을 다루는 인터넷 강의 영상도 출시할 계획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에듀테크 진출에 적극적이다. 미래의 고객인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익숙하게 만들어 ‘잠김효과’를 노리려는 차원에서 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 에듀 관계자는 “평생교육 시대를 맞아 교육에 대한 수요 기간이 길어진 것도 고객 확보가 중요해진 이유”라며 “교육 시장 자체의 규모가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6년 미국 백악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9%가 교육 분야에 쓰이는데 이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에 해당한다.

교육은 아주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음악과 달리 공룡들이 별로 없다. 비교적 표준을 적용하기 쉬운 영화나 음악과 달리 교육은 국가나 학년, 과목별로 차이가 커 하나의 플레이어가 전체 시장을 장악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콴다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교육 분야에서도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 등장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