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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김경애 KEDI 연구위원 “디지털기기 부정적으로만 보는 어른들의 성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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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 말하는 에듀테크의 기대와 우려



경향신문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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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태어나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물과 공기처럼 자연스럽다. 디지털 기기는 삶 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과 기술의 결합을 뜻하는 ‘에듀테크’가 교육의 데이터화와 디지털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으로 개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지고, 교사는 데이터 분석의 도움을 받아 놓치거나 몰랐던 아이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지도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는 아이들의 미래 잠재력에 섣부른 예단을 내릴 수 있다.

1월 15일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교육복지연구실 실장)과 만나 디지털 기술이 교육에 가져올 기대와 우려를 들었다. 김 연구위원은 “디지털 기기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어른들의 성찰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술은 겉으로 드러난 형식이 아니라 공공성의 원리로 작동하느냐, 시장원리로 작동하느냐가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를 교육에 활용하면 디지털 중독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뇌가 활성화되는 부분을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강의를 들을 때 뇌의 움직임은 TV를 시청할 때와 같다. TV를 보듯 단순히 강의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사와 계속 상호작용을 한다면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일방적으로 강의를 전달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기계가 끊임없이 학습자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면 디지털 기기를 달리 판단할 수 있다. 청소년과 관련한 디지털 논의는 중독이나 인터넷 게임 같은 비관적인 부분에서 훨씬 더 많이 이야기됐다. 어른들의 잣대로 볼 땐 ‘디지털’이 공부에 방해되고 쓸데없을 수도 있지만 계속 그렇게만 봐야 하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우선 집단별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방식의 격차가 크다.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동영상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올리는 학생도 있다. 해가 된다, 안 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게 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 더 나은 교육적 질문이다.”

-학습 과정이 디지털화·데이터화될 경우 어떤 변화가 가능한가.

“정보가 쌓이면 주먹구구식으로 평균에 맞춰온 교육을 세세한 부분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수업의 어느 부분에서 지루해하고 어떤 부분에서 열심히 참여했는지에 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그 자료를 바탕으로 그다음 단계에 맞는 개별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다. 숙제도 아이의 수준과 관심사에 맞춰 달리 내줄 수 있다. 교육과정이 개별화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건강 자료도 축적해 어느 날 감기 기운이 있으면 비타민C가 더 들어간 식단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적어도 교실에 센서와 CCTV를 설치해 아이들을 추적하면서 데이터를 누적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나 인권 측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에듀테크의 발달로 교사의 역할이 바뀔까.

“교사가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기 쉽도록 잘 가공해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면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이해를 잘못하는 학생이 여러 번 물어봐도 사람과 달리 짜증을 내지 않고 한결같이 친절하게 무한 반복해서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진짜로 읽고 공감하면서 같이 어려움을 공유하는 동행자로서의 교사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교육자는 계속 필요하다. 인공지능에 대체 되지 않을 가장 마지막 직업군에 사람의 심리를 다루거나 영적 문제를 다루는 종교인과 교육자가 들어가는 이유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때 교사가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교사 한 명이 다수의 학생을 계속 관찰해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데 개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굉장히 손을 덜어줄 수 있다. 교사가 보지 못한 부분까지 정보를 축적하고 대체적인 경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이 데이터에 자신의 판단을 결합하면 훨씬 더 교육자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은 어느 정도로 논의되고 있나.

“현실과 논의 수준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 교육은 사회 모든 영역 중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이어야 할 곳이다. 아이들이 사회 주역으로서 활동할 20년 뒤를 예견하면서 현재의 교육을 해야 하니까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계에서 디지털 기술은 굉장히 많이 논의됐다. 하지만 실제 학교에서 사용하는 과정은 더디다.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성장 과정은 한 번뿐인 시기라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점검할 사항이 무수히 많다.”

-데이터 수집의 부정적 측면을 설명해달라.

“교사라는 직업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넌 떡잎부터 노랗다’고 하면 교수학습은 이뤄질 수 없다. 교육의 핵심은 잠재력이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현재를 보는 게 아니라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기 때문에 교육이 가능한데 과거 데이터가 지나치게 축적돼 과거를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할까 우려된다. 조그만 실수나 잘못까지 누적되면 상당한 선입견을 줄 수 있고, 그 과거로 미래를 판단하면 낙인효과를 주게 된다. 특히 선발과정에 적용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 기업은 공교육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서열화를 우려하는 공교육 입장과 사교육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지금도 진학사나 이투스, 메가스터디 등에서 프로그램을 구매해 자기 수능 성적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 진학이 가능한 대학을 안내하고 그에 맞춰 원서를 쓴다. 학부모들은 왜 사교육 시장에 돈을 내도록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점수를 낱낱이 공개해 일렬로 세우는 일을 국가 차원에서 할 수는 없다. 몇 개의 데이터만 공개해도 학교 간 서열화를 노골적으로 부추길 수 있고, 학교 선택권을 달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의 실감형 콘텐츠나 영상이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

“글자를 빨리 배우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유아교육자들이 있다. 그림책만 봤을 때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이 있는데 글자를 배우게 하면 그 기회를 뺏게 된다는 것이다. 주요 논쟁거리였는데 사실 직접경험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다. 책으로 보는 것은 간접경험이다. 많은 양을 다룰 순 있지만 추상적으로 정리해 실감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자꾸 암기하게 된다. 반면 시뮬레이션은 거의 직접 경험과 유사한 정도의 학습 효과가 있다. 이걸 못하게 하면 교육적으로 가능한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 학습은 학습자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익숙하고 선호하는 방식을 무시할 수 없다.”

-기술기업들의 에듀테크 진출을 어떻게 보는가.

“학교에서 ‘구글 독스’를 많이 사용하는데 학습의 일거수일투족을 구글에 저장하는 것과 같다.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감시할 방법도 없다. 그런 기업들에게 교육 전체가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학교는 네트워크화되고 지금보다 훨씬 더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형식이나 드러난 모습이 아니라 작동하는 원리가 중요하다. 시장원리로 작동시키느냐, 공공성의 원리로 작동시키느냐가 상당히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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