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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추미애 '인사학살'에 '승진적체'까지…한숨 쉬는 젊은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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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에게 승진이 전부는 아니지만요. 이렇게 허무하게 승진이 물 건너 가면 의욕이 떨어지긴 합니다.”

올해로 임관 16년차인 사법연수원 34기 검사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해당 기수는 이번에 부장 승진 대상자로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부장검사 직급을 다는 건 최소 몇 개월은 더 먼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에서 윗기수인 33기 이상만 승진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승진 없다" 충격 받은 부부장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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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검사내전'의 한 장면.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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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 발 ‘인사 학살’ 논란이 서초동을 점령하는 요즘, 젊은 검사들에게는 이와 더불어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다. 갈수록 늦어지는 부장 검사 승진 시기다. 검찰 조직은 통상 평검사로 시작해 부부장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순으로 승진 단계를 밟는다. 이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며 적체(積滯) 되고 있다. 문무일(59ㆍ18기) 전 검찰총장의 경우 10년차에 논산지청장에, 12년차에 제주지검 부장검사에 올랐는데 이런 ‘고속 승진’ 사례는 이제 옛날옛적 얘기로만 남게 됐다.

현재 연수원 33기 사이에서도 아직 부장 승진을 기다리는 검사들이 있어서, 이들이 우선적으로 승진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수에서 ‘미투’ 운동 시발점으로 유명세를 탄 서지현(46ㆍ33기) 검사도 부부장 검사로 승진한지 약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검찰 내에서는 17~18년차에 간신히 부장을 다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

한 부부장 검사는 “꼭 주요 보직이 아니더라도 이번에는 34기에게 줄 부장급 자리가 아예 없다는 말이 나온다”며 “자연스럽게 아랫기수인 35기도 부부장 검사로 승진을 못 하게 됐고, 다 같이 침울해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간부 자리는 적고, 나가는 사람은 없고



왜 점점 검사들의 승진이 늦어질까. 근본적으로 검사 임용 숫자가 늘어난 데 비해 주요 보직은 여전히 몇 자리 없기 때문이다. 과거 수십 명에 그치던 연수원 동기 검사 수는 점점 늘어 29기부터 ‘동기 100명 시대’가 열렸다. 사법시험 합격자 숫자가 1000여명까지 확대되면서 자연스레 검사 임용도 늘게 된 것이다.

반면 사표를 던지는 시기는 갈수록 뒤로 밀려나고 있다. 과거에는 동기나 후배가 승진시 윗사람이 한꺼번에 용퇴하는 게 관행이자 일종의 ‘멋’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문화가 점점 옅어지는 추세다. 현 정권 들어 검찰 내 ‘기수 파괴’ 인사가 이어질 때도 윤석열 총장이 직접 나서 “조직에 남아 있어 달라”며 사표를 만류했다. 한 부장급 검사는 “연수원 중심 문화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고 용퇴론에 대한 회의가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인사철 풍경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리 경쟁 가열로 검사들 정치화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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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변호사 업계의 어려운 상황도 한 몫 한다. 검사장급 출신 변호사에게 적용되는 3년 간 대형 로펌 취업 제한과 더불어 포화 상태인 변호사 시장으로 인해 전관 변호사들이 예전만큼 대우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사에서 밀려난 검사 70여명이 줄사표를 던지자, 일부 평검사나 부부장 검사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안타까워 하면서도 내심 선배들이 자리를 내주길 바랐다”는 얘기도 나왔다.

자리 경쟁 과열 및 1년 안에 두 차례나 ‘물갈이 인사’를 겪으며 검사들의 정치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총장 취임 이후 단행된 인사에서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요직 대부분을 ‘윤석열 사단’이 차지했다. 이들은 현 정권을 겨냥하는 수사를 하자 6개월만에 줄줄이 지방으로 좌천됐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매번 예측이 어려운 인사가 반복되면서 검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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