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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기자수첩] 소송비에 속박 당한 공익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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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사회경제부 기자

이투데이

“공익소송 한 번 잘못했다가 패가망신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의 ‘공익소송 패소자 부담, 공평한가’란 토론회에 참석한 변호사의 말이다.

우리 민사소송법 제98조는 패소한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해서다. 이른바 '패소자 부담주의'다. 이는 공익소송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송의 성격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패소자에게 비용을 떠넘긴다.

패소자 부담주의는 공익소송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 염전 노예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3년 5개월간의 긴 싸움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총 8명 가운데 정부로부터 위자료를 받게 된 피해자는 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소송비용 부담 때문에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 청구소송은 부담이 더 크다. 일률적으로 소송 액수를 5000만 원으로 정하고 있어서다.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 산입 규칙 별표를 보면 소송 목적의 값이 5000만~1억 원대에서 승소자가 패소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변호사 비용은 440만 원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는 2016년 사드(THAAD) 배치 관련 정보공개 청구소송 1ㆍ2심에서 1300만 원을 부담했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재판 비용을 면제해주는 '소송구조 제도'가 있다. 하지만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은 사안’이라는 조건이 달려있다. 재판은 당사자들이 대립하는 과정을 당연히 거쳐야 하는데 승소 가능성을 조건으로 삼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 2018년 소송구조 신청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총 5999건 중 절반 이하인 2906건이 인용됐다.

공익소송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와 제도 개선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는 기존의 판례에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법 해석을 끌어내야 하는 소송이다. 당연히 패소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행 소송비용 제도는 이들에게 무거운 족쇄가 되고 있다.

미국은 ‘편면적 패소자 부담 주의’를 채택해 원고가 패소하더라도 상대방 변호사 비용은 부담하지 않도록 한다. 캐나다와 영국도 공익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졌을 때 소송 비용을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뒀다. 사법 개혁이 그리 거창할 필요는 없다. 우리도 바꿔야 한다.

[이투데이/김종용 기자(deep@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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