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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김현아의 IT세상읽기]청와대에 생긴 두 명의 디지털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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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 이어 조경식 디지털혁신비서관 선임

‘미디어’ 경력이 공통점..‘어공’과 ‘늘공’

‘조국 청원 인권위 공문 논란’과 ‘디지털 미디어 강국’ 업무보고

소통센터장, 행정체계 신경써야..혁신비서관, 데이터 경제로 가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청와대에 ‘디지털’이라는 이름의 비서관급 공무원이 두 명 생겼습니다. 지난해 7월 임명된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에 이어 16일 조경식 디지털혁신비서관이 임명된 것이죠. 16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업무보고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똑같이 디지털로 시작하지만, ‘디지털소통센터장’과 ‘디지털혁신비서관’은 하는 일이 다릅니다. 소통센터장은 국민소통수석실(기업으로 치면 홍보실)에 소속돼 국민청원답변 브리핑 등을 하는 자리이고, 혁신비서관은 정책실 과학기술보좌관 산하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챙기죠.

‘미디어’ 경력이 공통점..‘어공’과 ‘늘공’

그런데 강정수 센터장과 조경식 비서관의 경력에는 ‘미디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미디어 스타트업(초기벤처) 전문 액셀러레이터(투자 및 지원을 하는 전문기관) 출신이고, 조경식 디지털혁신비서관은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국장, 방통위 사무처장, EBS 감사 등을 거쳤죠. 강정수 센터장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면, 조 비서관은 ‘늘공(늘 공무원)’에 가깝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이데일리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데일리 DB)




‘조국 청원 인권위 공문 논란’과 ‘디지털 미디어 강국’ 업무보고

청와대에 생긴 두 명의 디지털 비서관 얘기를 꺼낸 것은 지난주 벌어진 일들 때문입니다. 하나는 ①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에서 저지른 인권침해를 조사해달라’는 국민 청원을 공문으로 보낸 뒤 생긴 논란이고, 다른 하나는 ②과기정통부 업무보고에 들어간 ‘디지털미디어 강국’이란 꼭지입니다.

청와대가 조국 청원에 대해 인권위에 공문을 발송한 것 자체가 인권위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인권 단체가 비판 성명을 내는 등 논란이 거셉니다.

인권위는 청와대 업무 지시를 받는 게 아니라 인권위에 실명으로 진정이 들어오면 인권위 스스로 조사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는데, 청와대 참모들이 이런 인식을 갖지 못했다는 비판입니다. 청와대는 13일 국민청원 답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청와대의 국민청원 이첩으로 인권위가 조 전 장관 가족 인권침해 문제를 조사할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죠. 그런데 이 답변을 공개한 사람이 강정수 센터장입니다.

과기정통부 업무보고에 들어간 ‘디지털미디어 강국’은 우리나라가 가진 단말기, 네트워크, 콘텐츠(한류) 경쟁력을 기반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자체로는 좋은 얘기입니다.

다만 △연구개발(R&D) 24.2조 시대에 걸맞는 과학기술 강국 전략이나 △인공지능(AI) 1등 국가 비전만큼 중요한 꼭지인지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업무보고 사전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도 “대통령에게 보고할 3가지 아이템에 들어간 이유가 뭐냐”는 질문이 잇따랐죠.

그런데 같은 날 발표된 디지털혁신비서관 인사를 보니 조경식 비서관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비판에도 국내 방송정책은 방통위(지상파·종편·보도채널)와 과기정통부(유료방송와 홈쇼핑)로 쪼개져 있는데 조 비서관은 둘 다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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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식 청와대 디지털혁신비서관(이데일리 DB)




소통센터장, 행정체계 신경 써야..혁신비서관, 데이터 경제로 가야

제가 지난해 6월 한국인터넷진흥원 미래위원회 회의에서 만난 민간인 시절 강정수 센터장은 참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인터넷 전문가였습니다. 그는 인터넷의 미래전망을 논하면서 인터넷의 신뢰성이나 프라이버시 이슈뿐 아니라 기업, 국가 등에서 다양하게 발생하는 파워 게임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청와대에서 디지털소통 업무(홍보 업무)에 국한된 일을 한다는 게 아쉽습니다.

어쩌면 이번 조국 청원 인권위 공문 논란은 엄격한 행정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강 센터장의 성향이 답변 실수를 낳았고, 결과적으로 정부에 부담을 줬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강 센터장이 공무원다운(?) 업무처리 절차에 더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경식 디지털혁신비서관은 잠시 EBS 상임감사를 했지만 직업 공무원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에서 시작해 방통위까지 거쳤죠. 청와대가 그의 선임을 밝히면서 “조경식 신임 비서관은 미래부, 과기부, 방통위 등에서 실무와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라고 행정 경험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IT 업계에서는 공무원 출신 디지털혁신 비서관에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가 해야 할 일에는 ‘디지털 미디어 산업 육성’과 ‘디지털 정부혁신’ 외에 ‘데이터 경제’가 들어가 있는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얘기입니다.

바로 이 ‘데이터 경제’ 성공 여부가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크게 바꿀 인공지능(AI)도 데이터를 원료로 만들어집니다. 조 비서관이 “모아서 정리하는 공무원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민간의 의견에 귀 기울였으면 합니다.

청와대 ‘디지털’ 조직을 두고 어떤 사람은 “우파 유튜버 탄압 조직이 아닐까”하고 의심하고, 어떤 사람은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을 이끌 곳”이라고 기대합니다.

청와대에 생긴 두 명의 디지털 비서관. 이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국민의 평가를 좌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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