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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산재 사망자 수 800명대로 급감… 불경기로 노동자 수 감소했기 때문이다? [FACT 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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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검증 대상]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19년 산재 사고 사망자 감축 현황과 올해 사업장 관리 감독 방향을 발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자 수는 855명으로 전년보다 11.8%인 116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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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용노동부


15일 노동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의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428명으로, 전년보다 57명 감소했다. 건설업 산재 사망 사고의 주된 원인인 ‘추락’과 ‘부딪힘’ 사고에 따른 사망자가 각각 25명, 19명 줄었다.

노동부는 해당 통계를 공개하며, 산재 사고 사망자 수 감소 원인을 ▲'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발로 뛰는' 현장 행정 ▲관계 기관과의 유기적 협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건설업 추락이 사망 사고의 주요 요인이므로 건설업 감독 대상을 확대하면서 추락 등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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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설업 산재 사망자 수 감소의 원인이 정책 때문이 아니라 건설업계 불경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건설 현장과 건설 노동자 수가 줄어든 탓에, 산재 사고 사망자 수도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노동부의 발표 관련 기사에는 “갑자기 큰 폭으로 전체 사망자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자 수가 감소한 것 아니냐”, “건설경기가 안 좋아서 건설 현장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내용의 댓글이 가장 추천을 많이 받고 있다.

건설업 경기 부진과 산재 사망자 수 감소 사이에는 실제 연관이 있을까?

역대 건설업 경기 지표와 산재 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해 검증해 본 결과, 댓글들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검증 과정]

◆건설업 취업자 수 폭락? “투자 지표 안 좋지만, 고용엔 영향 미미”

우선 지난해 건설업 경기가 실제로 하락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 경기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는 ▲건설업 기성액 규모 ▲건설업 취업자 수라고 볼 수 있다. 건설업 기성액은 건설업체가 당해년도에 시공한 실제 공사금액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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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가통계포털, '공종별 건설기성액(불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8년의 건설기성액은 월평균 9조4000억 원이다. 지난해는 아직 12월 자료가 나오지 않았지만, 11월까지 자료를 토대로 보면 월평균 8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건설기성액은 2018년 2월 -2.7%를 기록한 뒤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건설기성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 수 역시 전년도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19년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2만8000명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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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통계청, '산업별 취업자 수'(건설업)


2018년 9월 206만 명에 달했던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5월 204만1000 명, 9월에는 202만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지난해 건설 경기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대한건설협회 조사통계팀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건설 수주 통계나 투자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위축되긴 했지만, 고용지표는 크게 차이는 없는 상황”이라며 “건설업의 경우 3∼4년 전에 받은 물량들도 공사하는 등, 공사 기간이 길기 때문에 투자 지표가 힘들어도 고용은 유지가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산재 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들 만큼 유의미하게 건설 현장 수나 노동자 수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업 규모나 취업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건설업) 기성액이 소폭 줄긴 했어도 그 이전에 비해서 중상 정도”라고 설명했다.

◆역대 추이 살펴보니…“건설경기 불황과 관계없다”

역대 추이를 살펴봐도 건설업 취업자 수와 산재 사고 사망자수는 연관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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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통계청, 건설업 취업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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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고용노동부, 산재 사고 사망자수


통계청 경제활동 조사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 수는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13년 178만 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해 2018년에는 203만 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2014년 900명대로 떨어진 뒤 매년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09년도부터 지난해까지의 건설업 기성액과 비교해도 결과는 같다. 지난해 건설업 기성액은 2009년부터 2015년 건설업 기성액보다 더 높지만,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가장 낮다.

노동부 관계자는 "1999년도부터의 수치를 봐도, 산재 사고 사망자 수가 이 정도 폭으로 떨어진 해가 없었다"며 “그 사이 20년 동안 글로벌 경제 위기 사태, 세월호 사태 등 여러 경제 위기의 해가 있었지만, 그 당시에도 산재 사고 사망률은 이렇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던 해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도와 비교하면 오히려 36명이 증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건설업 경기가 큰 폭으로 하락해 취업자 수가 줄어든다면 산재 사고 사망이 발생할 가능성이야 줄어들 수 있겠지만, 이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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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고용노동부


대한건설협회 관계자 역시 “산재 사고 사망자 숫자가 줄어든 이유가 고용 숫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불황과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연관 지을 근거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 1만 명 기준으로 하는 ‘사고 사망 만인율’도 감소 추정

상시 노동자 1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의 비율을 말하는 ‘사고 사망 만인율’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부는 사고 사망 만인율이 2018년에 0.51‱에서 0.45~0.46‱으로 하락하여 최초로 0.4대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상시 노동자 1만 명당 산재 사고 사망자가 0.5명에서 0.4명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아직 업종별 사고 사망 만인율은 발표되지 않았으며, 최종 확정 수치는 데이터 확인 작업을 거쳐 1월 말 이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만인율 차원에서 보면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라며 “건설업 노동자 사망자 수 역시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에, 업종별 사망 사고 만인율도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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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결과]

내용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건설업 분야의 건설 경기가 위축되긴 했지만 취업자 수나 사업 규모가 예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다. 역대 건설업 취업자 수와 산재 사고 사망자 수의 추이를 직접 비교해봤을 때도 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 동일하게 1만 명을 기준으로 두고 산정하는 산재 사고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사고 사망 만인율’ 역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산재 사망자 수 감소 원인은 불경기 탓에 건설업 노동자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님’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장현은 인턴기자 jang54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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