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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부산 환경단체는 낙동강에코센터 위탁 맡을 ’사이즈’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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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의 모습. 연면적 4075㎡에 지상 3층 규모의 에코센터는 2007년 6월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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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부산】 부산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센터장이 공식 석상에서 민간 부분위탁과 관련해, ‘부산 환경단체들은 민간위탁을 맡을 만한 사이즈가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부산시는 센터의 사무 일부를 시민 환경단체에 맡기는 추진계획을 마치고 관련 조례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공무원 노조와 일부 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개정안이 재상정되자, 이영애 센터장이 민간위탁에 대한 정책방향을 급선회한 것도 모자라 시민단체 자체를 공식 석상에서 평가 절하해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17일 오전 부산광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제283회 임시회 상임위 회의를 열고, 시 낙동강관리본부로부터 2020년도 주요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여운철 낙동강관리본부 본부장과 지난 7일 새로 부임한 이영애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복지환경위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 대한 일부 기능을 시민단체에 민간위탁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산광역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재상정됐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중요한 내용은 위원회 설치와 민간위탁 건으로 알고 있다. 위원회 설치 건은 업무운영을 조정을 할 수 있는 자문 기구로서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위탁 건에 대해선, 그는 “개인적인 바람은 센터가 13년간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민간의 유연성과 함께 잘 맞춰 나간다면 파트너로서 어떤 큰 단위의 위탁이 아니어도 개인적인 의지로 협력해 나갈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최근 시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센터장에 대한 첫 개방형 직위공모를 내고 외부에서 센터장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결국 일선 환경분야 공무원을 재임용하면서 본래의 취지를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은 이러한 부담을 안고 이 센터장이 시의회에 데뷔를 치르는 날이기도 하다. 그는 부산의 환경단체에 대한 규모 및 전문성에 의문을 드러내면서 자체적으로 수립한 혁신안을 바탕으로 센터를 정상화해나가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제가 생각하는 민간위탁의 롤모델은 영국 단체 야생조류와습지트러스트(WWT)와 같은 사이즈다. 국가의 지원 없이도 자체적인 재원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인력이나 기구가 완벽하게 갖춰졌을 때 위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부산 지역에는 100여 개 환경단체가 있다. 각자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런 ‘사이즈’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분적으로 (시민단체와) 상호같이 해나가야 하는 것은 분명히 있다. 향후 내용을 보고 검토해나가겠다 ”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성숙 의원(사하구2)은 “이 센터장이 얼마나 단체들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면서 “저는 매우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영아 의원은 “환경단체는 완벽해야지만 일부 프로그램 정도를 위탁받을 수 있는 거냐”면서 “센터장이 말한 그 완벽하다는 것이 어떤 것이냐. 박사님이 있고 전문가가 있는, 그런 것이 완벽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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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이영애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신임 센터장, (오) 이성숙 의원(사하구2)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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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회의장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여 본부장이 수습에 나섰다.

여 본부장은 “현재까지 센터가 운영되면서 시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부분은 분명하게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다. 구성원들과 함께 노력해서 보다 발전된 에코센터를 만들겠다고 약속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자 부산 시민 환경단체 측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이 센터장이 취임 후 먼저 전화를 걸어와 같이 협력해나가자고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참으로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 센터가 여러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폐쇄적이며 관료적인 기관이 돼버려 시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라며 “낙동강하구를 알리고 시민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선 좀 더 개방적이고 전향적으로 시민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게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남영 사무국장은 “정말 시대착오적이다. 그 사이즈, 규모가 사업의 성과를 담보하지 못한다”면서 “규모가 크면 내부적으로 합리적인 소통이 불가능하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작은 사이즈에 다양한 형태의 단체가 서로 공존하면서 협력과 각자의 일을 하는 게 색깔 있는 사회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센터장 선임 과정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공무원 출신이 센터장 할 거였으면 왜 개방형 공모를 했느냐. 시민 활동가를 들러리 세운 것도 모자라 새 센터장까지 그런 말을 하니 서글픈 마음마저 든다”라고 말했다.

시 관련기관 한 관계자는 “위탁이 장단점이 있지만, 민간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계속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위탁을 안 하려면 시가 다해야 하는데, 그러한 역량과 예산이 있는지도 의문이며, 또 계속 모든 것을 다 하는 게 맞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낙동강하구에코센터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맡은 부산연구원(BDI)은 현행 조직체계에서 ‘전시체험 프로그램 팀’ 1개를 신설해 민간에 맡기고, 센터는 본연의 임무인 생태계 모니터링·철새 및 습지 관리 등 생태계 환경 연구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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