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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특허청, 지식재산혁신청으로 개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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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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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이 '지식재산혁신청'으로 부처 명칭을 변경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식재산'이라는 표현은 특허 업무뿐 아니라 지식재산 전반을 아우르는 세계적 언어이며, '특허'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 제국주의 잔재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저작권국을 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재산전략기획단 등이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특허청은 산업재산권을, 과기정통부와 문체부는 각기 지식재산기본법과 저작권법을 맡아 소관 부서를 운영 중이므로 부처 간 업무 혼란이 빚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허청은 지난해 11월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도 지식재산 혁신 정책과 특허청 명칭·기능 개편에 대한 협의안을 상정해 논의한 바 있다. 당초 명칭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문체부와 과기정통부 반발로 '협의'하겠다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후 특허청은 관련 부처 견제를 감안해 미리 산업계로부터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여론의 힘을 얻어 기관명 개편에 힘이 실리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부터 중소기업중앙회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기관 명칭 변경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것이 대표적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지난달 12일 중기중앙회에 정식 공문을 보내 기관명 개편 의견을 물은 결과 '지식재산 보호 강화를 위한 행정시스템 보강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이견이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한국서비스산업총연합회 등도 마찬가지 답변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체부와 과기정통부는 특허청이 지식재산혁신청으로 명칭을 바꾸면 고유 영역인 저작권과 지식재산 관련 업무 전반이 침해당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은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문체부는 저작권법을, 과기정통부는 지식재산기본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 명칭 변경이 업무 중복과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식재산기본법을 보면 각 분야가 부처별로 나뉘어 있다"며 "산업재산권 심사 위주인 특허청이 명칭을 바꾼다고 전체적 업무를 총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 콘텐츠 저작권 등을 맡는 문체부 기능까지 지식재산혁신청이 담당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오해를 초래해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부처별 운영법에 따라 지식재산에 대한 보호·정책·제도에 관한 내용이 명기돼 있다"며 "정부조직법상 역할 분담이 돼 있는데 특허청이 이를 무시하고 기관명에 '지식재산'을 쓰는 건 독선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허청은 이들 의견과 달리 명칭 변경으로 인한 혼선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이라는 표기가 전 산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혼란을 발생시킨 사례가 없고, 부처별 업무를 적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특허청은 1977년 설립 이후 특허뿐 아니라 상표, 디자인,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 업무 전반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특허청이라는 명칭 때문에 전체 업무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내부 불만이 꾸준히 점증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 9월 취임한 박원주 특허청장 주도로 기관명에 '지식재산'을 넣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게 됐다.

박 청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영국도 수십 년 만인 2007년 '지식재산청'으로 명칭을 변경했는데, 우리는 아직도 일제의 잔재인 '특허'라는 표현을 오랜 기간 쓰고 있다"면서 "'혁신'에 강점을 둔 '지식재산혁신청'이라는 명칭으로 변경해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메시지도 그만큼 뚜렷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단일국으로는 현재 한국과 일본만 '특허청'이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2016년 기존 유럽특허청(EPO)에서 별도로 유럽지식재산청(EUIPO)을 독립시켰다. 캐나다, 러시아, 호주 등 다수 국가에서는 이미 지식재산을 기관명에 쓰고 있고, 프랑스는 '산업재산청', 중국은 '국가지식재산권국', 미국은 특허에 상표권을 붙인 '특허상표청'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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