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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유신시대 유언비어 날조·유포 혐의… 48년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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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유신헌법의 사전조치였던 비상계엄 포고령을 위반한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던 80대가 48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염기창)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A(80)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1972년 10월28일 전남 신안에서 13명에게 북한에 관한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한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전남·북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는 같은 해 11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으며 육군고등군법회의는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재심 재판부는 “당시 계엄 포고령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일체의 행위’ 등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며 “통상의 판단 능력을 가진 국민이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견하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계엄 포고령은 모든 정치 활동 목적의 실내외 집회 및 시위, 정당한 이유 없는 직장이탈이나 태업행위, 유언비어 날조·유포 행위를 금지했다. 또 정치 활동 목적이 아닌 실내외 집회도 허가를 받아야 하며 언론·출판·보도·방송은 사전 검열을 거치고 각 대학은 휴교 조치를 해야 했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영장 없이 수색·구속할 수 있었다. 이는 1972년 10월17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특별선언을 통해 기존의 헌정질서를 중단시키고, 유신체제로의 이행을 위해 그에 대한 저항을 사전 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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