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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해외영주권자 어머니의 韓예금 ..한국 상속법 적용할 수 있을까 [클릭 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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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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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출신인 A씨(여)는 1980년 2월 영어 강사로 한국에 온 영국인과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남편의 외도로 결혼 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후 홍콩에 새 둥지를 튼 A씨는 1987년 8월 현지에서 독일인과 두 번째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1월 두 사람 사이에서 B씨가 태어났다.

세 가족은 이후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겼지만, 단란한 가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A씨는 1995년 9월 두 번째 남편과 이혼했다. 계속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던 A씨는 2000년 6월 호주인을 만나 세 번째 결혼을 했고, 내친김에 2003년 싱가포르 영주권도 취득했다. 그러나 이번 결혼 생활도 10년째 되던 해인 2013년 6월 끝이 났고, A씨는 2013년 7월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하다 지난해 1월 사망했다.

■"어머니 韓예금 받겠다" 소송

A씨는 사망 전 국내에 자신의 명의로 총 2억8000여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유일한 자식인 B씨는 어머니의 재산을 물려받고자 예금이 보관된 금융사 5곳에 예금반환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금융사들은 "B씨가 A씨의 단독상속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A씨의 예금을 법원에 변제공탁했다. 변제공탁이란 채무자가 빚을 갚는 대신 법원에 채무액을 맡기는 것이다.

이에 B씨는 신한은행 등 금융사 5곳을 상대로 "상속예금을 돌려 달라"며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을 냈다.

신한은행 등은 이번 소송에서 한국 민법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사법에 따르면 상속은 피상속인(사망자)의 본국법에 따른다고 규정돼 있다. A씨는 사망 당시 영국국적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영국 보통법은 '사망한 피상속인의 당시 본적지 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규정한다. 또 영국 보통법은 새로운 장소에서 영속적으로 거주할 의사로 거주하는 경우 본적지가 거주지로 바뀐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의 본적지에 대해 B씨는 한국이라고 주장한 반면, 금융사들은 A씨가 결혼하고 머물렀던 홍콩이나 싱가포르라고 봤다.

■"본적지인 한국 민법 따라야"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반정모 부장판사)는 A씨의 본적지는 한국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홍콩에서 두 번째 남편과 혼인해 B씨를 출생했지만, 영국 보통법은 아내가 혼인하더라도 남편의 본적지를 따르지 않는다"며 "A씨가 홍콩에서 체류한 기간이 3년에 불과해 홍콩에서 영속적으로 거주할 의사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홍콩이 본적지가 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1990년경부터 2013년까지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면서 영주권까지 획득했지만 그 기간 한국에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매년 한국을 방문해 체류한 점에 비춰보면 한국 본적지를 포기하고 싱가포르에서 영속적으로 거주할 의사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의 예금상속에 관해 한국 민법이 적용된다"며 "A씨의 친언니 등이 B씨가 그의 유일한 자녀임을 확인해주는 점을 종합하면 B씨가 단독상속인이라고 보인다"면서 B씨에게 공탁금출급청구권이 있다고 판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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