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맨손으로 재계 5위 롯데 일군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신격호 명예회장의 젊은시절. 제공| 롯데그룹


[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19일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921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난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 현지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67년 롯데제과로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해 롯데그룹을 일궈냈다. 맨손으로 껌 사업을 시작해 롯데를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로 성장시킨 거인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롯데라는 사명(社名)은, 독일 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인 샤롯데의 이름에서 따왔다. 샤롯데는 만인에게 사랑 받는 사랑과 정열의 상징이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정열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신 명예회장의 생각이 담겼다. 신 명예회장은 경영에 있어서도 경영자의 정열과 종업원 모두의 정열이 하나의 총체로서 발현될 때 그 회사는 보다 큰 발전이 기약된다고 믿었다. 신 명예회장은 항상 직원들에게 뜨거운 정열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신 명예회장이 99세 일기로 남긴 어록은 롯데를 재계 순위 5위로 이끌었다.

◇거화취실(去華就實)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집무실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하는 그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갈 때도 혼자서 직접 서류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 다른 대기업 회장들과 달리 사무실이 아주 소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이는 워낙 화려한 것을 싫어하는 신 명예회장의 스타일 때문이었다.

스포츠서울

1989년 롯데월드 개관식에 참석한 신격호 명예회장. 제공| 롯데그룹


◇고객과의 약속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야 합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본에 건너가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학했을 때의 일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떤 경우에도 우유 배달시간이 워낙 정확해 유명했다. 소문이 나다보니 주문이 늘어나 배달시간을 못 맞추게 되자 신 명예회장은 자기가 직접 아르바이트를 고용했다고 한다. 배달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아르바이트가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것이다. 신 명예회장의 이러한 모습에 반한 일본인이 선뜻 사업 자금을 내주며, 오늘날 한국과 일본에서 굴지의 기업이 되어있는 롯데의 첫 자산은 바로 신 명예회장의 신용과 성실함이라고 평가 받는다.

◇고객으로부터, 동료로부터, 협력회사로부터 직접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기를 당부합니다.

한국과 일본을 한 달씩 오가며 왕성한 경영 활동을 펼친 신격호 명예회장은 한국에 오면,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혹은 롯데호텔의 현장에 불쑥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매장을 둘러보면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친절한지, 청소는 잘됐는지, 안전 점검은 잘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현장경영을 몸소 실천했다,

◇ 몸에서 열이 나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기업에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과 같습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무차입 경영 원칙은 IMF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를 겪으면서 한 층 더 빛을 발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90년대 후반 IMF 사태를 겪으면서 과다한 차입 경영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뼈 아픈 교훈을 얻었다. 잘 나가던 기업들이 지나친 차입 경영 탓에 안위와 존망을 위협 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롯데는 신 명예회장의 무차입 경영 원칙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이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고 오히려 그룹의 역량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루어야 한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관광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 관광보국(觀光報國)의 신념으로 투자 회수율이 낮으며,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관광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관광을 통해 국력을 키우고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내 최초의 독자적 브랜드의 호텔을 건설하고 세계 최대의 실내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잠실 롯데타워 건립도 신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를 세계 최대의 관광 명물로 만드는 것이 내 일생의 소원

신 명예회장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갈수록 준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부터 그들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도록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신 명예회장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 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지어 새로운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스포츠서울

롯데월드타워 완공 후 현장을 찾은 신격호 명예회장. 제공| 롯데그룹


◇ CEO는 회사가 잘 나갈 때일수록 못 나갈 때를 대비해야 한다.

신 명예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강한 신뢰로 일을 맡기는 편이었다. 그러나 칭찬은 드물었다. 이는 칭찬으로 임원들이 안일한 마음을 갖고 방만한 경영을 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늘 스스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좋은 기회를 탐색하고 실적이 좋을 때는 어려울 때에 대비해 준비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상권은 주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부지는 황량한 모래벌판과 물웅덩이, 비가 오면 한강이 범람할까 걱정하는 유수지였다. 주변에는 참외밭뿐이라 임직원들은 배후 상권이 없어서 장사가 안된다며 반대했다. 이러한 임직원들에게 신 명예회장은 ‘상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상품과 수준 있는 서비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강조하며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2년 안에 명동만큼 번화한 곳이 될 것’이라 확언해 현실로 만들었다.
vivid@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