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업체중 우리 가격·품질 따라올곳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일본 기업들도 스피폭스의 생산 원가와 효율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작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우리 국민은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소재를 만드는 일본 중소기업의 수출이 중단되기만 해도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가동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스피폭스는 반대 상황에 있는 기업이다. 대부분 일본에 판매되는 스피폭스 제품의 수출이 중단되면 콘덴서 강국인 일본 업계가 어려워지고 연쇄적으로 전 세계 전자 업계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용래 스피폭스 대표는 "스피폭스가 만드는 소재는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용기)"라며 "콘덴서 중에서도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칩 콘덴서에 사용되는 용기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일본 콘덴서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데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55%에 달한다. 그는 "고정밀 대량생산이 필요한 제품이기에 우리와 같은 가격과 품질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 없다"고 자신했다. 스피폭스는 현재 전 공정 자동화와 함께 고객별 맞춤 생산이 가능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금의 스피폭스와 같은 경쟁력은 사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결과다. 김 대표는 1985년 부친과 함께 동영전자를 창업했다. 이후 디엔텍으로 이름을 바꾸고 2000년대 초 코스닥 상장 문턱까지 가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은행의 권유로 우연히 가입하게 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화값이 폭락하면서 매출액 전체보다 환손실이 커지는 상황까지 가게 됐다. 김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은행·신용보증기금과 함께 채무를 조정했지만 막대한 원금을 갚는 데 스피폭스의 모든 이익을 쏟아부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2014년 11월 거래 은행 중 한 곳이 부채비율이 높다고 유전스(기한부어음) 한도를 갑자기 줄여버리면서 스피폭스는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됐다. 스피폭스가 일본 콘덴서 산업과 전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던 김 대표는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오히려 스피폭스는 살아날 길이 생겼다. 김 대표는 "채무를 상환하지 않아도 되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생산설비 자동화 등 스마트공장 구축에 투자했고 화평법·화관법 도입을 대비한 친환경 시설까지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법정관리를 졸업하며, 김 대표는 2018년 회사를 다시 찾는 데 성공했다. 절치부심 끝에 김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축한 사내 태스크포스(TF)가 제품 생산 전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환경 규제에 따른 새로운 세척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는 "직접 만들어낸 세척 기계는 시중 제품(기술력이 우수한 일본 제품)의 4분의 1 가격으로 생산했지만 실제로 성능이 더 우수하다고 고객사로부터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기업보다 최소 10년 이상 앞서 있는 산업용 세척 설비 설계 기술을 사업화해 다른 업체도 사용할 수 있는 설비를 공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2009년부터 개발해온 '온돌용 알루미늄 열전도판'의 사업화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He is… △1957년생 △대광고 △연세대 건축공학 △1985년 동영전자 창업 △2000년 디엔텍 대표이사 △2019년 스피폭스 대표이사

[이덕주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