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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 대표 "온라인 육류 도매사업서 年2천억 매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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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작년 9월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 발병했을 때만 해도 생산액 기준 약 7조원이 넘는 우리나라 양돈 산업의 운명은 바람 앞 등불처럼 보였다. ASF는 백신·치료제가 없어 발병 시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직간접적 경제 피해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ASF는 발병한 지 한 달도 안돼 농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모범 사례라고 할 만큼 단기간에 질병 확산을 막은 것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 지방자치단체, 농가가 전력을 다한 방역 덕분인데, 특히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부문(옛 축협)은 현장 최일선에서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매일경제신문은 2016년부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태환 대표를 만나 소회를 들었다. 김 대표는 작년 말 3선에 성공하며 2년 더 중책을 수행하게 됐다. 2010년 농·축협 통합 이후 3선 대표는 그가 두 번째다.

케어푸드·키즈푸드 등 기능성 식품 개발 박차

김 대표는 "아직 방심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는 선방했다"면서 "특히 정부가 방역 시스템과 민간·군인·농민 간 협력 체계를 잘 구축하고 예방적 살처분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공을 돌렸다. 특히 농가의 적극적이고 빠른 신고도 질병 확산 차단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돼지 농가가 상처를 받았다. ASF 발병 농장이 없음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건강한 돼지를 눈물을 머금고 살처분해야 했던 강원도 철원군 지역 농가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ASF는 6개월이든 1년이든 언제 다시 돼지를 기를 수 있는지 기준이 없고, 살처분 보상금을 주지만 생활안정자금이 농가당 월 60만원대에 불과하다"며 "생활안정자금이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SF는 일회성 단기 쇼크로 막아냈다. 그러나 한국 축산업은 '1코노미(1인 경제)',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대표됐던 회식 문화 변화라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축산경제 부문도 변화와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작년 한 해 동안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1인가구를 겨냥한 '밀키트' 등 75가지 제품을 개발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고령 가구를 위한 케어푸드와 어린이를 위한 키즈푸드 등 기능성 식품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플랫폼 강화와 관련해서는 온라인 도매 쇼핑몰 'e고기장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외부와 협업을 통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공략으로 작년 6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을 올해 1000억원, 2022년에는 2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디지털화를 통한 축산물 생산력 강화에도 나선다. 핵심은 마이크로데이터(정밀 자료)다. 그 중심에 8개월간 개발을 거쳐 구축한 '한우 핵심 데이터베이스(DB) 플랫폼'이 있다. 김 대표는 "한우 핵심 DB 플랫폼에는 출하 등급, 도체중, 등 지방 두께 등 한우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축협이 농가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방역 업무 전산화를 위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하는 등 축산경제 부문 곳곳에 '디지털 DNA'를 주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냄새만 줄여도 축산 좋은 일자리"

김 대표가 축협에 몸담은 지 올해로 37년이다. 그는 "그동안 축협이 정부 정책에 따라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만 움직여왔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축산업자 입장에서는 계속 규제가 늘어나는 것으로 느꼈고, 방어만 하며 쫓아가기에 바빴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축산이 직접 나서서 지속가능하고 환경 가치 등과 조화를 이루는 대책을 능동적으로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키워드는 환경과 안전이다. 지난해 전국 수만 개 축산 농가와 정부는 무허가 축사를 적법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2017년에는 달걀에서 유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전국 모든 산란계 농장의 달걀 출하가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성패를 가를 첫 시험대는 '가축분퇴비'가 될 전망이다. 오는 3월 25일 이후 모든 가축에서 발생하는 퇴비의 부숙도(썩은 정도) 검사가 의무화된다. 이를 위반한 농가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정지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 요인이다. 김 대표는 "부숙도 TF를 구성·운영해 정부 대책과 보조를 맞추면서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부숙을 촉진하고 냄새를 줄이기 위한 자재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과제는 젊은 축산인 육성이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 조건은 높은 소득, 근무 환경 그리고 사회적 평판이다. 그는 "축산 농가 평균소득은 7100만원이며 연 1억원 넘게 버는 고소득자도 많다"면서 "결국 문제는 근무 환경과 평판인데, 내 생각에는 농가에서 나는 냄새만 줄일 수 있어도 둘은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축산업이라는 게 창업 시 비용이 수십억 원씩 들어가는 장치산업 성격을 갖다 보니 신규 진입이 어렵다"며 "중요한 건 후계농을 육성하는 건데, 그러기엔 상속·증여 과정에서 부과되는 세금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배곯던 유년기 이겨내고 '자산 70조' 축협 리더로

작년 11월 말 기준 전국에는 139개 축협 조합이 있다. 조합원은 14만5972명에 달하며 총자산 규모는 70조원이 넘는다. 이러한 거대 조직을 이끄는 김 대표는 사실 매우 가난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돈이 없어서 대학을 제외하면 정식 졸업장은 초등학교 때 받은 게 전부다. 중학교는 전수학교를 나와 검정고시를 봤고, 이후 목공소 작업과 학습지 배달 등을 하면서 어린 나이에 생업 전선에 나섰다. 고등학교는 아예 다니지도 못하고 역시 검정고시를 봤다. 1981년 농협에서 분리된 뒤 1983년 축협중앙회 공채 1기로 입사한 그는 야간대를 동시에 다니며 '주경야독(晝耕夜讀)'한 끝에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김 대표는 "사랑받는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이제 '친(親)환경'은 '필(必)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축산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축산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 축산업은 새로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He is…

△1957년 경북 상주 △성균관대 행정학과 △1983년 축협중앙회 입사 △농협사료 본부장 △축산경제기획부장 △축산지원본부장(상무) △2017년 1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

[이유섭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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