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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폭설에 눈사태… 교육봉사 쉬는 날 트레킹 나섰다가 참변 [안나푸르나서 한국 교사 4명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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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르던 일행 5명은 신속 대피 / 구조팀 정확한 실종지점 파악 안 돼 / 4~5m 눈 쌓여… 악천후에 수색 난항 / 고립됐던 등산객 200여명은 구조 / 정부, 대응팀 등 9명 현지로 급파 / 文대통령 SNS에 “구조 지원 만전”

세계일보

네팔 사고 현장 전남교육청의 올겨울 ‘미래 도전 프로젝트’에 참가한 교사·학생이 최근 촬영한 네팔 안나푸르나 인근 트레킹 코스에 폭설이 내린 모습. 네팔 교육 봉사활동에 나섰던 전남 지역 교사와 학생 20여명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안나푸르나를 향해 트레킹에 나섰다가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의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안전한 곳으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교육청 제공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트레킹하던 한국인 교사 4명이 실종돼 현지 당국과 한국 정부가 실종자 수색 구조에 나섰다. 수색작업이 사고 사흘째 이어졌지만 실종자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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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끊긴 트레킹 코스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에 눈보라가 몰아친 지난 17일(현지시간) 베이스캠프 쪽으로 향하던 관광객들이 눈사태로 길이 끊겨 발길을 돌린 이들과 마주치고 있다. 이 동영상을 찍은 한국인 관광객 부부는 이번에 실종된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일행 등과 16일 데우랄리 숙소에서 같이 묵었으며, 기상 악화로 하산하기 시작한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눈사태를 만났다고 19일 설명했다. KBS 화면 캡처


19일 외교부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11시(한국시간 오후 1시45분∼2시15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코스인 데우랄리 지역(해발 3230)에서 눈사태가 발생해 하산하던 한국인 4명, 네팔인 가이드 3명 등 이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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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교육봉사 활동 중 쉬는 날 트레킹에 나섰던 한국인 교사는 모두 9명이다. 충남교육청은 실종된 4명이 이모(56·남), 최모(37·여), 김모(52·여), 정모(59·남) 교사라고 밝혔다. 뒤따랐던 한국인 교사 5명과 가이드는 신속히 몸을 피해 네팔 당국이 투입한 헬기를 타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중국인 여행자 4명도 쏘롱라 인근에서 연락이 두절됐다고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는 전했다.

정부는 사고 소식이 접수된 직후 외교부 신속대응팀 2명과 충남교육청 관계자 2명, 여행사 관계자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1차 선발대를 현지로 급파했다. 실종자 가족 6명도 이들과 동행했다. 외교부는 이날도 신속대응팀 2명을 추가로 현지에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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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 데우랄리 지역 눈사태로 한국인 4명이 실종된 것과 관련해 사고 수습과 실종자 가족 지원 등을 담당할 신속대 응팀 관계자들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 구조당국도 사고 현장에 헬기를 투입해 수색 구조에 나섰다. 주네팔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현지 주민과 경찰 약 20명으로 수색대를 꾸린 네팔 당국은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구조 경험이 많은 경찰 전문인력 6∼10명을 이날 추가로 투입했다. 30명에 달하는 수색대는 현장에서 도보 30분 거리 숙소에서 합숙하며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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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서 눈사태… 한국인 교사 4명 실종 18일(현지시간)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해발 3720m) 인근에서 폭설로 고립된 등산객들이 헬리콥터로 구조되고 있다. 이보다 고도가 낮은 데우랄리 부근에서는 전날 발생한 눈사태로 한국인 4명과 현지인 가이드 등이 실종됐다. 충남교육청은 실종 한국인들이 네팔로 교육 봉사를 떠났던 교사들이라고 밝혔다. 월간 사람과산 네팔지사 제공


하지만 실종 현장에는 눈이 4∼5m가량 쌓여 있고 폭설이 이어지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아 이날 현재까지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현지 당국자는 “실종자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해당 지역에 눈이 녹기 전까지는 구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네팔 관광부는 “산사태 지점에 경찰 구조대가 급파됐지만 폭설로 헬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날씨가 약간 좋아진 뒤 트레킹 코스 곳곳에 고립됐던 200여명을 헬기와 지프, 도보 이동을 통해 구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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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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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캡처


안나푸르나 지역은 세계 10번째로 높은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 1봉을 중심으로 주변 10여개 고봉과 함께 커다란 산군을 이루는 곳이다. 트레킹 코스 중 실종된 한국 교사들이 걷던 것으로 전해진 ABC코스는 등산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코스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고산병 위험이 상존하고 2∼3월 날이 풀리는 시기에는 눈사태 위험이 있어 조난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와 관련해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선생님들과 현지 가이드의 신속한 구조를 국민과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두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계실 실종자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니 애가 탄다”며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 네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백소용·유태영·김달중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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