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 높은 한국 부모들이 취한 태도는 지브란의 당부와는 정반대였다. 극한 경쟁의 불안한 시대, 불안한 부모들은 선행학습으로, 학습코치로, 자녀가 남보다 빨리 지름길로 갈 수 있도록, 아이들의 손을 잡고 업고 뛰며 공부의 답도, 인생 성공의 답도 미리 그려 아이 손에 쥐여줬다. ‘헬리콥터 부모’ ‘매니저 가족’ 등의 용어가 유행했고, 정점에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있었다.
부모들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19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교육여론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서 자녀 교육에 성공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자녀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경우’(25.1%, 부모 응답자만 한정했을 때 27.3%)가 1위로 꼽혔다고 한다. 총 6가지의 선택지 중 ‘자녀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크는 것’(22.4%)이 2위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한 경우’(21.3%)가 3위였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2015∼2018년 줄곧 1위였던 ‘자녀가 좋은 직장에 취직한 경우’라는 대답이 밀려나고, 처음으로 순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아동의 발달을 위한 최고의 지원은 ‘자신의 힘에 대한 확신’이다. 용기 있는 아동들은 나중에 외부의 힘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운명에 맞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운명에 맞서는 힘은커녕 아이들에게 감기 한 번 걸릴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고 보호했던 한국 부모들의 생각을 바꿔놓은 요인은 뭘까. ‘좋은’과 ‘직장’의 의미가 모두 급변하는 세상에서, 교육 성공의 한 가지 잣대가 자녀와 부모의 삶 모두를 파괴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브란의 ‘쿨한 부모 자녀 관계’ 당부가 100년을 돌아 한국에 상륙했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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