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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별세]얽힌 지분구조·황제경영…두 아들 경영권 분쟁으로 씁쓸한 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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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가족사



경향신문

19일 별세한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 모습. 왼쪽부터 가사도우미에 안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 명예회장,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21세기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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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별세한 신격호 명예회장은 롯데를 재계 5위까지 키운 성공한 경영자였지만 자초한 복잡한 가족사로 씁쓸한 말년을 보냈다. 특히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신은 치매 상태를 드러내야 했고, 가족 간 불화를 봐야 했다.

신 명예회장은 1940년 고향에서 첫번째 부인 고 노순화씨와 결혼해 2년 후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낳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른 채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는 바람에 신 이사장은 유년 시절을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보냈다. 신 명예회장은 1952년 일본에서 두 번째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를 만나 동주와 동빈, 두 아들을 낳았다.

이후 신 명예회장은 30살 이상 차이 난 미스롯데 출신인 배우 서미경씨를 만나 막내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낳았다. 맏딸 신 이사장과 신 고문은 롯데그룹 계열사의 영화관 매점과 백화점 식당 운영권 등을 독점 운영해 ‘일감 몰아주기’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국적 논란은 2015년 6월 동주·동빈 형제간 분쟁이 터지면서 불거졌다.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고 부자간 대화도 일본어로 한다는 사실이 세상에 공개됐다.

특히 일본롯데가 사실상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지분구조가 드러나자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여기에 검찰까지 나서 롯데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국부 유출 의혹을 제기하면서 반롯데 감정에 불을 지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과정도 불명예스러웠다.

그는 롯데를 설립한 지 67년 만인 2015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되고 말았다. 이어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 이사직에서 줄줄이 물러났다.

그 뒤로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의 중국 사업 실패, 신 명예회장의 치매약 복용 사실까지 폭로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았다.

결국 신 명예회장은 정신건강이 온전치 않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성년후견인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건강 상태를 둘러싼 형제간 주장이 팽팽하자 2016년 12월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가 신 명예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어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며 법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결국 법원은 오랜 심리 끝에 그에 대해 한정후견인을 지정했다. 중증 치매 등으로 정상적 판단이 어렵다는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결국 신 명예회장 부자에 대한 기소로 이어졌다. 1심 선고공판에서 신 명예회장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고령으로 법정 구속만은 피했다.

경영권 승계에 따른 형제간 다툼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채 신 명예회장은 끝내 두 아들의 화해를 보지 못하고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아야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여사와 장녀 신영자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 등이 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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