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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이상이의 내 인생의 책]①보이지 않는 가슴 - 낸시 폴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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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와 돌봄 경제학

경향신문

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시민 운동을 시작했는데, 30년쯤 됐다. 2007년 이전에는 ‘복지 운동’을, 이후에는 ‘복지국가 운동’을 했다. 국민행복을 위해선 보편주의 복지국가가 필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400개에 달하는 의료보험조합을 통합해 국민건강보험을 창설하고자 했던 것은 ‘복지 운동’이고, 2007년 창립된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시작한 것은 ‘복지국가 운동’이다. 지금 나는 복지국가 운동가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세 기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첫째, 노동시장에 접근할 기회의 평등이다. 성 평등, 일생에 걸친 교육·훈련,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여기에 포함된다. 둘째, 공정한 근로조건의 보장이다. 이를 위해 유연안정성, 적정임금, 일·생활의 균형이 제도화돼야 한다. 셋째,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편적 사회보장의 확립이다. 여기에는 사회서비스 보장과 소득 보장이 포함된다. 돌봄은 세 기둥 모두에서 필수적이다.

경제·복지의 유기적 통합체인 복지국가는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국가와 다르다. ‘보이지 않는 가슴’도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경쟁시장에 존재하는 수요·공급의 힘과 경제적 성취에 관한 것이라면, 보이지 않는 가슴은 사랑·의무·호혜의 가치를 담은 돌봄에 관한 것이다. 이제 돌봄은 더 이상 여성에게 지워진 가부장적 강제가 아니며 시장국가의 주변부로 밀려날 존재도 아니다.

보편적 돌봄은 저출산·고령화를 대비하는 복지국가의 가치재로 인적·사회적 자본의 확충과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투자다. 돌봄 경제학이자 돌봄의 사회·정치학에 관한 이 책은 사회서비스 중심의 복지국가 전략을 이해하는 데 유익하다.

이상이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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