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설왕설래] 반도체의 귀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고대 인도신화는 불교 교리 곳곳에 스며 있다. ‘인드라 그물’은 그중 하나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닥의 실로 짜인 그물. 우주는 바로 그런 것이라고 한다. 그물 한쪽 끝을 흔들면 파동은 다른 쪽으로 옮겨간다. 세상 만물은 상호 의존하며, 독립된 존재란 없다. 인과(因果)에 얽혀 연기(緣起)하는 존재일 뿐이다.

인도 우주론에서만 그런 걸까. 세상 이치가 모두 비슷하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는 경기 사이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요소’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사이클을 이어간다. 밤이 깊으면 새벽도 가깝다.

반도체 경기가 꿈틀거린다. 새해 들어 가격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보름 새 D램(DDR4 8Gb) 현물 가격은 9.9% 뛰었다. 낸드플래시(3D TLC 256Gb)도 5.3% 올랐다. 왜 뛰는 걸까. 수요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5G(5세대 이동통신)·AI(인공지능) 산업이 개화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고, 너도나도 반도체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2018년 3분기를 정점으로 추락을 거듭한 반도체 가격. 아득한 옛일로 변하고 있다. 주가도 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9월 바닥을 찍은 후 32.1%나 올랐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일 33.17%에 이르렀다. D램익스체인지 등 반도체 전문기관의 분석, “2분기부터 가격 상승은 더 가팔라지고, 2∼3년 동안 호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다시 도래하는 걸까.

반도체 경기 회복은 단비와도 같은 축복이다. 반도체가 살아나면 어두운 불황 터널에도 밝은 빛이 스며들 테니. 반도체 수출 비중은 지난해 17.3%. 경제 파급력은 절대적이다.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상용화, 스마트폰 대박, 5G의 세계 최초 상용화…. 그동안 기술 발전을 주도한 신산업은 반도체 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반도체 기술이 없었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경제의 인드라 그물을 흔든 것은 반도체가 아닐까.

그물을 거꾸로 흔들면 어찌 될까. 파동은 잦아들고, 축복은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 반기업 정책. 그물을 거꾸로 흔드는 정책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