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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오래 전 ‘이날’]1월20일 미 백만장자 청년 "재산 나눠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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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70년 1월20일 “상속 재산 나눠드려요”…미 백만장자가 나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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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가린 제조회사 창업자의 손자이자 억만장자인 마이클 제임스 브로디(가운데)가 1970년 1월28일 아내 르네와 함께 런던 공항에 도착해 들어서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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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 천사’ ‘기부하는 백만장자’…이런 별명으로 불리던 남성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초 “전 재산을 나눠주겠다”며 미국 전역을 떠들석하게 만든 사람입니다. 50년 전 오늘 경향신문도 이 남자를 주목했는데요.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뉴욕의 마가린 제조업체 운영자였던 할아버지 존 F 젤크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2500만달러(당시 약 76억원)를 돈이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주겠다고 선언하고 물쓰듯 뿌려오던 자칭 억만장자인 히피족 마이클 제임스 브로디(21)가 19일 1억달러(약 300억원)을 내주 중 다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폭탄선언하며 미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다.”

기사 속 주인공은 21세의 청년 마이클 제임스 브로디. 그는 미국의 대형 마가린 업체 운영자의 손자로, 1969년 10월 21세가 되자마자 할아버지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마가린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성공적인 사업가였습니다. 그런 할아버지를 둔 브로디가 상속 받은 자신의 재산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겠다고 선언하면서 세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죠.

그는 당시 미국의 유명 TV 프로그램인 <에드 설리번쇼>에 출연,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 뒤 “1억달러가 또 생겼다”며 “다음주에 나눠주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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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방송 출연 며칠 전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산을 모두 나눠주겠다”고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연 상태였습니다. 만난 지 3주된 연인 르네와 결혼식을 올린 직후였죠. 그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주소와 연락처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뉴욕 외곽 스카스데일에 위치한 브로디의 집은 돈을 바라고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합니다.

그는 왜 돈을 나누겠다고 한 것일까요. 당시 기사에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같은 돈뿌리기 사업은 히피족인 그가 환각제를 복용하고 환상의 세계를 꿈꿀 때 영감처럼 떠올랐다고 한다. (중략) 그의 유일한 염원은 히피족의 정치절학인 평화다. ‘돈을 골고루 분배해 주어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준 뒤에 외딴 섬에 가서 귀여운 아내와 함께 조용히 살고 싶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기라도 한 것일까요.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돈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나는 르네를 만나기 전까지 만족해본 적이 없다. 지금 나는 원하는 것은 모두 가지고 있다. 사랑, 깨끗한 공기, 음식. 내가 왜 내 돈을 내놓지 않을 수 있겠나.”

말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브로디는 실제로 돈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습니다. 기자회견 3일 만에 2500만 달러 중 8만달러를 나눠줬는데, 택시기사에게 1000달러의 팁을 주거나 돈이 필요하다고 하는 이들에게 500~100달러짜리 수표를 써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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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방영된 ‘굿럭 마가린’의 광고 영상 속 마가린 제품.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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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튀는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는데요. 당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브로디는 “나에게 7일을 주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며 자신이 메시아라고 주장했고, 은행명을 적지 않은 수표를 수백 장 뿌렸습니다. 납치를 당해 마약 주사를 맞았다는 주장을 하다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방화를 저질러 기소됐다가 1만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브로디의 기행도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1973년 1월, 그는 뉴욕 우드스톡에 위치한 장인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의 나이 24세였습니다.

한편 브로디의 재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가 밝힌대로 2500만달러가 맞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뉴욕타임스는 685만1600달러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브로디 생전에도, 사후에도 그의 실제 재산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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