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린 것이고
능선은 시간이 구부린 것이고
처마는 목수가 구부린 것이고
오솔길은 길손들이 구부린 것이고
내 마음은 네가 구부린 것이다
-이재무 作 '구부러지다'
그렇다. 강을 만든 것은 강물이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만든 것은 바닷물이다. 오솔길을 만든 건 나그네들이었다. 그리고 상처받은 내 마음을 만든 것은 바로 당신이다.
눈이 뻔쩍 뜨이는 시다. 시를 읽으며 머릿속에 참 많은 일들이 그려진다. 감칠맛이 그만인 시다.
반듯하지 못한 채 구불구불 휘어진 모든 것들에는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구부러진 모양은 누군가가 다녀간 적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구부러진 것들은 누군가의 흔적이다. 모든 만남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살고 존재한다는 건, 결국 흔적을 늘려가는 일이다. 구부러진 모든 것들에게 위로를….
[허연 문화 전문기자(시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