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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시가 있는 월요일] 구부러진 것들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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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린 것이고

능선은 시간이 구부린 것이고

처마는 목수가 구부린 것이고

오솔길은 길손들이 구부린 것이고

내 마음은 네가 구부린 것이다

-이재무 作 '구부러지다'

그렇다. 강을 만든 것은 강물이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만든 것은 바닷물이다. 오솔길을 만든 건 나그네들이었다. 그리고 상처받은 내 마음을 만든 것은 바로 당신이다.

눈이 뻔쩍 뜨이는 시다. 시를 읽으며 머릿속에 참 많은 일들이 그려진다. 감칠맛이 그만인 시다.

반듯하지 못한 채 구불구불 휘어진 모든 것들에는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구부러진 모양은 누군가가 다녀간 적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구부러진 것들은 누군가의 흔적이다. 모든 만남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살고 존재한다는 건, 결국 흔적을 늘려가는 일이다. 구부러진 모든 것들에게 위로를….

[허연 문화 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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