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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사설] `공룡경찰` 우려 씻을 통제장치 촘촘하게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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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13일 국회에서 통과된 후 '공룡경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해 검경 간 수직적 관계를 상호 협력 관계로 재설정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12만명 넘는 인력을 가진 경찰이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되면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는 봐주기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검찰과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경찰이 마음대로 사건을 종결할 수 없도록 통제장치가 있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해도 경찰이 '정당한 이유'를 내세워 시정 조치나 보완 수사 요구를 거부하고 계속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이런 '핑퐁게임'이 반복되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 더구나 경찰이 직접 수사하는 인지사건은 고소·고발인이 없어 이의신청을 통한 견제가 불가능하다. 진보 진영의 참여연대 양홍석 공익법센터 소장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부당하다"며 사퇴한 것도 이런 걱정에서다. 우리 형사사법체계 모델인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헌법과 법률에 명시한 것도 경찰의 권한 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3000명이 넘는 정보경찰도 문제다. 과거 국가정보원처럼 정보와 수사를 한 기관이 독점하면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불법을 저지를 소지가 커진다. 드루킹 댓글사건, 버닝썬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화성 8차 사건 등에서 보듯 경찰이 독자 수사권을 가질 만큼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능력, 인권 의식 등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수사를 위해선 지금이라도 행정경찰과 수사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 자치경찰제 등에 대한 실효성을 따져보고 '공룡경찰' 우려를 씻을 수 있는 통제장치를 촘촘히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많이 커졌기 때문에 경찰 개혁 법안도 후속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 빈말에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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