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 환자 무릎
뼈·인대 균형 실시간 맞춰
수술 정확도·만족도 향상"
연세본사랑병원 권세광 병원장은 실시간으로 무릎 압력을 측정하는 바이오 센서를 활용해 인공관절 수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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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탐방 연세본사랑병원
우진순(66·여)씨는 60대 초반부터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무릎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할 만큼 증상이 악화했지만 수술이 겁나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바이오 센서를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을 알게 됐다. 기존 인공관절 수술보다 정확하고 안전하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지난해 7월, 일주일 간격으로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심었다. 우씨는 “뛰어도 아프지 않고 ‘O자’로 휘었던 다리도 곧게 펴져 거울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퇴행성 관절염은 노년기 건강에 복병이다. 무릎 연골이 닳거나 노화로 변형되면서 극심한 통증을 겪고 다리 모양이 ‘O자’나 ‘X자’로 휘어진다. 초기에는 약물·운동으로 증상을 관리할 수 있지만 연골이 사라져 뼈가 부딪치는 말기에는 인공관절 수술 외에는 대안이 없다. 연세본사랑병원(옛 부천 연세사랑병원) 권세광(45) 병원장은 “연골은 혈관이 없어서 한번 손상되면 자연히 재생되기 어렵다”며 “말기 퇴행성 관절염에는 손상된 무릎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대체하는 수술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체중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성패는 ‘축’과 ‘균형’에 좌우된다. 정면·측면에서 볼 때 고관절(엉덩관절)과 무릎·발목의 중심을 잇는 축이 일치하면서 무릎 내·외측의 균형이 정확히 맞아야 체중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인공관절의 ‘축’을 결정할 때는 컴퓨터·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내비게이션 수술’이나 3D프린터를 이용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무릎 위아래 뼈의 모양과 관절 손상 정도에 따라 뼈를 얼마나 잘라낼지, 인공관절을 어떤 각도로 삽입할지 등을 가이드해 주는 기술들이다.
관건은 균형이다. 퇴행성 관절염을 오래 앓으면 무너진 신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인대·힘줄도 변형된다. 좌식 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은 무릎 안쪽 연골이 닳아 내측 인대는 짧아지고 외측 인대는 늘어난 경우가 흔하다. 권 병원장은 “인공관절을 정확히 삽입해도 주변 조직의 균형이 깨진 상태라면 무릎 운동이 제한되고 인공관절 수명도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네 바퀴가 모두 똑바로 끼워졌어도 한쪽 타이어에 바람이 빠졌다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결국 터져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기존의 인공관절 수술 장비로는 무릎 안팎의 균형까지 알긴 어렵다는 점이다. 인공관절을 삽입한 다음 의사가 무릎을 돌려가며 관절 주변 조직의 장력(당기는 힘)을 조절해야 했다. 촉각에 의존하는 만큼 의사의 경험, 수술 당일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컸다. 연세본사랑병원의 ‘바이오 센서 인공관절 수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바이오 센서는 무선주파수(RF) 기술이 접목된 첨단 장비다. 인공관절 중간에 쿠션 역할을 하는 인공연골(플라스틱 충전물)과 모양·두께가 비슷하다. 인공관절을 삽입하고, 그 사이에 바이오 센서를 집어넣으면 무릎이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어느 위치에 얼마만큼의 압력이 가해지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측정한 압력이 높으면 빨간색, 안정적이면 초록색으로 표시돼 의사가 상태를 정확히 인지한다. 사용한 바이오 센서는 폐기하고 이 자리에 인공연골을 넣어 수술을 완료한다. 권 병원장은 “바이오 센서가 측정한 압력을 보며 인대 길이를 조절하거나 뼈를 잘라내 균형을 맞춘다”며 “기존의 인공관절 수술 장비가 뼈의 모양만을 측정했다면 바이오 센서는 인대·힘줄 등 관절 주변 조직 상태까지 알려줘 ‘축’과 ‘균형’을 잡는 데 모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릎 기능은 거의 정상 수준 회복
바이오 센서를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은 장점이 다양하다. 첫째, 환자 만족도가 높다. 미국 8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다기관 연구결과 바이오 센서를 이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한 그룹은 3년 후 수술 만족도가 98.3%로, 일반적인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그룹(87%)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권 병원장은 “수술 오차가 작은 만큼 통증 등 불편함은 적으면서 무릎 기능은 정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며 “인공관절의 내구성이 향상돼 재수술 걱정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신체·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 후 입원 기간은 짧을수록 좋다. 특히 고령층은 활동량 감소가 욕창·폐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바이오 센서를 이용해 뼈·인대·힘줄의 균형을 고루 맞추면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간도 단축된다. 궁극적으로 의료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인공관절 수술에 사용되는 바이오 센서는 첨단 장비지만 비용을 별도로 환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연세본사랑병원은 환자를 위해 바이오 센서 인공관절 수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권 병원장은 “바이오 센서 인공관절 수술이 효과적이긴 하지만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부학적으로 어느 뼈·인대를 손보는 게 좋을지 결정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라며 “수술을 결정할 때는 의사의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지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권세광 병원장 조언
퇴행성 관절염 치료 이런 병원 선택해요
1. 다양한 치료법을 제시하는가
퇴행성 관절염은 영상검사 결과와 환자의 증상을 고려해 단계별로 치료한다. 약물·운동 등 보존적 치료부터 줄기세포 치료, 휜 다리 교정술, 인공관절 수술 등 병기에 맞춰 다양한 치료를 제시하는 병원을 찾는다.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제한된 치료법만 권한다면 과감히 피한다.
2. 진료 분야가 특화돼 있는가
의사의 실력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한정된 진료 시간에 모든 관절 질환을 보는 의사보다는 무릎이면 무릎, 어깨면 어깨만 다루는 의사의 전문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홈페이지를 통해 의료진의 이력이나 병원에서 특화된 클리닉(센터)을 운영하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게 현명하다.
3. 의료진이 자주 바뀌진 않나
퇴행성 관절염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병이 아니다. 고혈압·당뇨병처럼 ‘관절 주치의’를 두고 꾸준히 관리해야 관절염이 악화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의료진이 한 병원에 오래 머문다는 건 그만큼 환자의 치료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의료사고 가능성이 작다고도 볼 수 있다.
4. 감염 관리는 잘 이뤄지는가
인공관절 수술 감염률은 1%대로 높은 편이다. 인공관절이 마모돼 재수술하는 것보다 그 전에 감염으로 재수술하는 경우가 세 배가량 많다. 수술실에 고성능 필터(헤파 필터)가 갖춰졌는지, 의료진이 멸균 수술복(우주복)을 착용하는지 등 사전에 감염 관리 시스템을 파악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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