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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기고] `스마트홈` 아파트, 보안도 스마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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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앞으로 세상은 온갖 제품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가전제품으로 구성된 가정은 물론 자율주행차가 다니는 스마트시티며 자동화된 공장과 회사가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초연결사회에서 중심이 되는 공간은 누가 뭐래도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프라이빗한 정보가 모여 있는 '스마트홈'일 것이다.

그런데 이 스마트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정별로는 TV·에어컨·보일러 등 가전제품들이 월패드로 연결돼 있고 월패드는 다시 주차관제, CCTV, 엘리베이터 등이 연결된 단지 관리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이런 스마트한 장비와 시설들은 그 편리성과 효율성으로 삶의 질을 높이지만, 서로 연결된 장비와 시설 등이 늘어날수록 덩달아 보안 위험도 커지게 된다. 그리고 편리함을 제공한 '연결성'은 특정 가구의 보안 취약점을 전체 네트워크로 전파시킬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각 가구가 아파트 단지 전체 통신망을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설계·시공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아파트에서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 개별 가구가 스마트홈이 갖는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나 안전에 원천적으로 취약할 수 있으며 가구 간에도 침해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취약점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스마트홈 시스템을 설치한 미국의 한 가정이 해커의 침입에 깜짝 놀라는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된 사례처럼 '스마트'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문제는 이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보안 전문가들이 '스마트'는 '안전'과 동의어가 아님을 지적해 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한 방송사도 아파트는 '사이버 보안 사각지대'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방송사는 그 원인이 "아파트(공동주택) 내부망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급속히 늘어난 '스마트'에 비해 '보안'은 아직까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아파트의 '사이버 보안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1월 윤후덕 의원이 발의한 "아파트(공동주택)에 '가구 간 사이버 경계벽'을 두자"는 주택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가구별로 독립된 사이버 공간을 확보해 줌으로써 사이버 공간을 공동 사용하는 아파트 가구 및 입주민들의 안전과 사생활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정부도 취지에 공감해 2018년 말부터 관계부처는 물론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주택법과 관련해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기준'(행정규칙)을 개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관계 법규가 개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우려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아무것도 모른 채 사이버 보안이 취약한 스마트홈을 사야만 하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법안의 신속한 개정 및 관련 노력들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필자는 그 시작이 물리적이든 논리적이든 가구별 네트워크를 분리하는 데 있으며 사물인터넷 보안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사용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3년 후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마트홈'에 대한 관리와 보호는 이미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안전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뿐만 아니라 세계 스마트홈 시장에서 우리나라 IT 기업들이 선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다.

[김학용 순천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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