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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미·중 패권 경쟁에 주요국 각자도생식 불황 탈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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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세계 경제 급변침 불가피

미국 호황 누리지만 버블 우려 커

중국 성장률 첫 5%대 진입할 듯

주요국 혁신과 개혁 노력 가속화



변곡점 접어든 글로벌 7대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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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세계 경제의 급변침이 가속화하고 있다. 수년째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함께 저성장 흐름이 지속하면서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식으로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리면서다. 어느 한 나라 낙관적인 곳이 없다. 한국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글로벌 7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1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 경제는 예상을 뛰어넘어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확장세가 126개월째 이어지면서 사상 최장 기록을 거듭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주가가 급등했지만 일부 지표들은 불안하다. 그래서 여차하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책금리는 이미 1.50~1.75%까지 내려가 더 내릴 여지가 크지 않다. 제조업 부활 방침에 따라 예산을 대폭 늘리고 법인세를 낮추는 바람에 재정을 더 확장할 여유도 없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S&P500 기준으로 50% 이상 뛴 미 증시는 실물과 괴리된 과열 현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안드레아스 컨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 언론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를 통해 “1850년 이후 최장의 경기 확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 부채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에 달하는 15조5000억 달러로 불어나면서 언제 금융 버블이 꺼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조심하라는 얘기다.

2 중국 경제는 올해도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미 농산물을 수입하고, 미국은 중국의 공산품 고율 관세를 중단하는 내용의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에 서명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기업 보조금과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포함한 2단계 합의안은 본격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은근히 트럼프의 탄핵을 기대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거품 우려가 있긴 해도 오히려 미 경제가 사상 최장의 호황을 누리면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은 견고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2.1%로 낮췄다. 중국은 지난해 6.1%로 내려 앉으면서 29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IMF는 올해 5.8%로 더 낮춰 잡았다. 이는 결국 무역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술혁신이 경제성장을 일으킨다는 ‘내생적 경제성장이론’으로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양국 갈등 해결은 1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에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일본 소비세 인상에 소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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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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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본 경제는 악재와 호재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2013년부터 ▶나라 곳간을 활짝 열고 ▶일본은행이 돈을 대거 풀면서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아베노믹스’를 시작하면서 경제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0월 소비세 인상 충격이 작지 않다”고 우려했다. 아베 정부가 소비세를 인상한 것은 급증하는 65세 이상 인구(전체의 28.4%, 3588만명)의 사회보장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소비세율이 8→10%로 오르자 소비 위축이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2%까지 겨냥했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도 힘들어졌다. 다만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나면서 여전히 증시가 강세를 띠고 완전고용에 가까울 만큼 취업도 잘 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7월 24일 열리는 도쿄 올림픽도 호재다.

4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자 출신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쾌도난마처럼 영국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수렁에서 건져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브렉시트 협정 법안을 영국 국회에서 가결하면서다. 노동당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지만, 존슨 총리는 법안에서 1월 31일 예정일에 맞춰 브렉시트에 서명하고 연말까지 이행을 완료하기로 했다. 외교에서 전통적인 고립주의를 채택해 온 영국은 유럽연합에 참여한 뒤로 경제력이 약한 주변국에서 이민자가 쏟아져 들면서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불만이 급증했다. 이제 혼돈의 끝은 보이지만 영국의 독자적 경쟁력 회복은 과제로 남게 됐다.

프랑스 개혁, 베트남 성장 질주

5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리더십이 빛나고 있다. 2018년에는 유류세 인상에서 출발해 그의 친기업적 경제정책에 대한 반대로 ‘노란 조끼’ 시위대의 저항에 부닥쳤고, 지난해부터는 연금 개혁에 대한 저항에 직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에는 자신의 고액 연금을 포기한다는 솔선수범까지 보이면서 연금 개혁에 정치 생명을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42개로 나뉜 직종과 직능별 퇴직연금 체계를 단일화하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법적 정년 역시 현재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마크롱은 이렇게 바꿔야 연금제도가 공평하고, 지속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서는 “더 오래 일하게 하면서 연금은 덜 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늘까지 총파업은 48일째로 접어들면서 복귀 노조원도 늘고 있다. 귀추가 주목된다.

6 ‘세계 최초’의 덴마크를 뒤따라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던 스웨덴이 지난해 12월 금리를 -0.25%에서 제로(0)로 올렸다. 스웨덴의 ‘마이너스 금리 실험’은 은행에 돈을 쌓아두지 말고 투자와 소비에 쓰라는 정책이었다. 효과만 있다면 각국이 앞다퉈 도입할 가능성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도 강한 호감을 보이면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스웨덴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투자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저금리가 지속할수록 부동산 시장 버블 우려가 커지고 경제도 살릴 수 없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7 ‘동남아의 진주’로 떠오른 베트남 경제는 올해도 역동적이다.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과 함께 성장률 경쟁이 치열한 동남아 5개국 중에서 단연 최고다. IMF는 이들 중에서 베트남의 성장률을 최고(6.5%)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망치는 5.1%에 그쳤다. 베트남은 값싼 인건비를 보고 몰려오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았다.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이 겹치면서 어부지리까지 얻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집중된 투자 비중을 베트남으로 분산하면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진출 열풍이 두드러진다. 삼성·LG·효성·금호는 대규모 생산단지를 투자했고, 한화는 빈그룹에 4억 달러, SK는 마산그룹에 4억7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부터는 ‘한·베 경제부총리회의’가 출범했다.

■ 대외환경 악화에 정책 실패까지 겹친 한국

이 틈에 낀 한국 경제는 어디로 흘러갈까. 한국은 대외변수보다 정책 실패의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반(反)시장·반기업적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확실한 변화로 국민의 노고에 보답하겠다”면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야 하지만, 기존 정책 기조로는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규제·노동 개혁은 구호만 무성할 뿐이다. 이런 경제 여건에 따라 한국 경제는 올해도 성장률이 2% 안팎에 그치는 저성장 터널에 갇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8년부터 내리 3년째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가정신을 자극해 경기를 살리는 것보다 재정 확장을 동해 현금을 뿌리고, 저금리 카드를 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정부 지출이 대폭 늘어나면서 올해는 나라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60조원에 달하는 빚까지 내기로 했다.

예산 512조원 가운데 고용을 포함한 복지 비용이 180조원에 달하게 되면서 거액의 빚을 내게 됐다. 반도체 외에는 기대할 산업도 많지 않아 암울한 경제 흐름이 예상되고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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