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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최대 1년 보증·무상 관리… ‘불신’ 씻기 나선 중고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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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플랫폼 ‘투명성 제고’ 경쟁 / 소비자 4명 중 3명 “국내시장 혼탁·낙후” / 차량 상태 불신·허위 매물 등 원인 꼽아 / SK엔카닷컴, 5000㎞까지 진단 책임보증 / K Car, 매입부터 관리·판매 직접 맡아 / 리본카, 출고 5년 내 차량 꼼꼼히 엄선 / 빅데이터·인공지능 활용 서비스도 활발

세계일보

프리미엄 중고차 브랜드인 ‘리본카’의 인천 소재 상품화 공장에서 차량 정비 전문가가 정밀진단 및 상품화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리본카 제공


신차보다는 실속있는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 소비 트렌드가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표적인 ‘레몬마켓’(저급품이 유통되는 시장)으로 꼽히는 중고차 시장에 최근에는 프리미엄을 표방한 다양한 플랫폼이 입혀지고 있어 앞으로도 관련 시장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이전 등록(중고차 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이전 등록대수는 369만5171대로 집계됐다. 2018년 중고차 거래량(377만107대)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신규 등록대수의 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신규등록 차량은 180만4456대(부활차 제외)였다. 중고차 시장 규모는 2009년 약 196만대에서 2010년 약 273만대, 2011년에는 약 332만대로 급격히 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다 2016년에는 약 378만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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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4명 중 3명 “국내 중고차 시장은 혼탁·낙후”

중고차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중고차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30대 회사원 A씨는 7년 전 여름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첫차를 구매했다. ‘차알못’(차를 잘 모르는 사람)인 터라 인터넷을 통해 ‘중고차 구매 시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지인의 지인 추천까지 받아 찾아간 곳이었다. 그는 매매상이 소개한 몇 대의 차 중 마음에 들었던 한 대를 그날 바로 계약했다. 하지만 차를 가져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견됐다. 휠 안쪽이 찌그러져 타이어에 계속 바람이 빠지고 있던 것이다. 또 주차했던 곳엔 어디서 새는지 알 수 없는 기름이 바닥에 흥건했다. 순정 내비게이션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고, 뒷좌석 문 한짝도 안쪽에서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챘다. A씨는 매매상에게 전화해 따져 물었지만 “차를 가져갈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왜 그게 내 책임이냐”며 되레 화를 냈다. A씨는 “설마 했던 일이 내게도 일어날 줄은 몰랐다”며 “이후론 중고차의 ‘중’자 근처에도 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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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같은 중고차 구매 경험자뿐 아니라 비경험자에게도 중고차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좋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 4명 중 3명꼴인 76.4%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되었다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투명·깨끗·선진화’됐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17.5%에 그쳤다.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의 주요 원인은 ‘차량 상태 불신’이 49.4%로 가장 많았고, ‘허위·미끼 매물 다수’(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경우 구매과정에 불만족했다는 비중은 37.8%로 나타났다. 불만족 이유로는 ‘품질에 대한 불신’이 37.6%, ‘딜러에 대한 불신’ 26.4%, ‘가격 적정성 신뢰 곤란’ 19.4% 등으로 집계됐다.

◆믿을 수 있다면 더 지불해도 좋다

그럼에도 ‘신차인가, 중고차인가’는 요즘 차량을 구매하려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한번쯤 하는 고민이다. A씨가 중고차를 샀던 7년 전과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아무런 정보 없이 구매자가 오프라인을 통해 외관을 살펴보는 수준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업체에서 자체적인 차량 진단이나 다양한 보증 프로그램 등으로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비용은 더 들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도 신차의 구매비용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 플랫폼인 ‘SK엔카닷컴’의 진단차량 서비스는 자체 진단평가사가 거래될 차량을 직접 살펴보고 사고 여부나 프레임(주요 골격)의 이상 유무, 외부패널의 교환 여부, 옵션 및 등급 등을 평가해주는 서비스다. 평가뿐 아니라 진단에 대한 결과에 대해서도 3개월, 5000km 이내에서 책임을 진다. ‘K Car’의 경우 차량의 매입부터 진단, 관리, 판매, 책임까지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홈서비스를 통해 3일간 차를 타보고 결정할 수 있고, 기본 3개월 보증에 추가 비용을 내면 최대 1년까지 보증이 가능하다.

신차 대비 90% 이상 수준의 성능을 갖춘 ‘프리미엄 중고차’를 표방한 오토플러스의 ‘리본카’(Re:BORN Car) 역시 트렌드 기류에 올라탔다. 리본카는 2000년부터 시작한 오토플러스의 방문정비 서비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량 정비 전문가가 꼼꼼하게 검사하고, 소모품 교환 등을 통해 차량의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려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출고 5년 미만의 차량만을 엄선, 자체 품질관리 프로세스로 133개 주요 항목을 진단해 상품화 공정을 거친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또 업계 최초로 차량대금 전액을 온라인에서 직접 결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홈 딜리버리 서비스 등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연 2회 찾아가는 케어 서비스도 1년 무상 제공한다. 비용면에서는 다른 업체들보다 평균 70만원가량 비싸지만 품질과 성능에 대한 입소문을 타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와 함께 수입차 업체들 역시 자사 차량의 ‘인증 중고차’ 시장 영역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 또 금융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중고차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3차원 기술 등을 활용한 서비스 시장 개척에도 앞다퉈 뛰어드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더 나은 거래 환경이 구축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국내 중고차 매매업계의 투명성이 강화되면서 전반적인 성장과 체질 개선이 점차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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