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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폐기물 업자 버티기 소송… 의성 쓰레기산 64%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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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폐기물 쌓인 현장 가보니]

업체 "郡 처리작업 중단" 소송… 한달간 작업 못하다 지난주 재개

- 정부 처벌은 솜방망이

업자는 트럭당 수백만원씩 버는데 5월 바뀌는 폐기물관리법에서도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끝나

경북 의성군 단밀면 폐기물처리업장은 무럭무럭 오르는 김 때문에 흡사 화산지대처럼 보였다. 바닥 면적이 축구경기장(7500㎡) 2배가 넘고, 3층 건물 높이(15m)로 쌓인 '쓰레기 산'이다. 지난 17일 이 산 위에서 포클레인 4대가 삽질을 할 때마다 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유기물이 썩으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쓰레기 더미 안팎의 온도 차에 의한 수증기 등이 뒤섞인 것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켜켜이 쌓인 쓰레기 더미 내부의 온도는 40~50도에 달한다. 폐기물들이 마찰열을 내고 플라스틱과 비닐 더미가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지 공무원들은 "2018년 말에 큰불이 나고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쓰레기 더미 속에 불씨가 살아 있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조선일보

3층 건물 높이 쓰레기산 - 17일 오전 경북 의성군 단밀면에 있는 쓰레기 산에서 포클레인들이 삽질할 때마다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유기물이 썩으면서 생기는 메탄가스와 수증기 등이 섞여 나오는 것이다. 이곳에는 폐기물 11만t이 3층 건물 높이만큼 쌓여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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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작년 3월 미국 CNN방송에 등장하면서 불법 폐기물 문제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64%가 그대로 남아 있다. 17만3000t 가운데 환경부가 작년에 처리한 쓰레기는 6만3000t에 그쳤다.

업체 '꼼수 소송'으로 한 달간 작업 중단

처리 작업은 작년 말부터 한 달간 작업이 중단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허용 보관량(2157t)의 80배에 달하는 쓰레기를 반입했던 업체가 의성군의 행정대집행에 반발해 대구지법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내고 버텼기 때문이다. 행정대집행은 정부나 지자체가 폐기물 처리 업체 등 원인 제공자가 불법 방치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예산을 들여서 처리한 뒤 나중에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지난 16일에야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면서 작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처분(행정대집행)의 집행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의성군 관계자는 "다행히 작업이 재개됐지만, 올 상반기 중 처리를 완료하려던 계획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대집행 취소 소송과 가압류 신청 이의 제기 등 법적 분쟁이 계속 진행 중인 것도 부담이다. 이 업체는 이미 2016년부터 의성군의 행정조치에 불응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 기간에도 계속 폐기물을 반입했다. 이번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처리 비용 142억원을 대겠다고 했는데 업체 측은 "그 돈을 우리에게 주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직접 처리하면 비용이 적게 든다'며 행정대집행을 거부하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대집행 후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의성군 관계자는 "행정대집행 전에 계도 기간 등을 줘야 하는데 그사이에 업체들은 대표자를 바꿔버리거나, 재산을 은닉하는 등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며 "업체들은 무단횡단하며 도망가는데, 횡단보도 찾아서 신호등 기다려가며 쫓아가는 셈"이라고 했다.

솜방망이 소리를 듣는 관련 형사처벌도 문제다. 대부분 1년 이내 징역이나 300만~500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그친다. 의성군 관계자는 "쓰레기 산을 만든 업체의 전 대표 부부도 구속돼 있지만, 이전에도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어 겁을 내지 않는다"면서 "폐기물 트럭 1대당 처리비 수백만원을 받아챙기니 벌금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는 5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불법 폐기물 관련자에게 최대 징역 2년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데 그친다.

전국에 아직도 34만t… 연내 처리 난항

현재까지 업체 16곳이 의성 쓰레기 산과 비슷한 소송을 냈고, 4곳은 집행정지 처분까지 받아냈다. 불법 폐기물 연내 처리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송이 1년 이상 장기화할 수도 있다"면서 "법적인 문제가 없는 폐기물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작년 4월 전수조사를 통해 밝혀진 전국의 불법 폐기물 120만t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작년 12월 "60%만 처리했다"면서 처리 시한을 올해 상반기로 미뤘다. 현재까지 72%인 87만t을 처리 완료했다. 33만t이 남아 있는데 각종 행정소송 등으로 업체들이 발목을 잡으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한 72만t 가운데 63%(45만8000t)만 원인 제공자가 처리를 맡았다.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행정대집행(15만8000t)을 하거나 이행보증(11만t)을 섰다.

[포토]솜방망이 처벌, 15m 의성 쓰레기산 골치…썩은내 풍기는 연기는 흡사 '화산'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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